"리드니까 거짓말 했을것" 필드 위 악동이 부른 '골프룰 소동'
‘필드 위의 악동’이라 불리는 패트릭 리드(31, 미국)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큰 논쟁으로 불거졌을까? 리드는 골프 룰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전혀 없었는데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팬들이 그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거짓말을 한 게 틀림없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남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
4타차 선두를 달리던 리드는 10번 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왼편으로 크게 벗어나며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리드는 공 가까이에 있던 자원봉사자에게 “공이 튀었다가 떨어졌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코스는 자주 내린 비로 공이 박히기 쉬운 조건이었다. 자신의 공을 찾은 리드는 경기 위원을 불렀다. 경기 위원이 도착하기 전 리드는 자신의 공을 찾아서 꺼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리드는 동반 플레이어와 그들의 캐디에게 “박힌 공을 꺼내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랬다면 플레이어는 구제절차를 알아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공을 집어들었다고 해도 문제 삼을 게 없다.
경기 위원이 도착하자 리드는 자신의 공이 박혀 있던 위치를 알려주었다. 경기위원은 러프 속 공이 있던 자리, 공이 박혀 있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손을 넣어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문제 없이 박힌 공을 벌타 없이 구제하는 절차에 따라 공을 드롭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리드는 공이 있던 위치 바로 뒤의 기준점에서 홀에 가깝지 않은 곳에 한 클럽 이내의 드롭을 하는 원칙에 따라 짧은 러프 쪽에 공을 드롭하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파를 지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경기 영상을 보면 공이 러프에 맞고 튕겼다가 다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CBS 방송 해설자이자 레전드인 닉 팔도는 “어떻게 한 번 튕겼다가 떨어진 공이 박힐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리드는 이후 4개의 보기를 하고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다. 리드가 보기를 할 때 중계방송은 양심의 가책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리드는 경기 후 “자원봉사자와 우리 팀 선수와 캐디까지 7명 중 아무도 공이 튕기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만약 공이 튕기고 떨어졌다면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위원을 불러 더블체크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위원회는 경기 후 리드를 불러 다시 한번 확인 작업을 거친 뒤 “드롭은 절차에 따라 완벽하게 진행됐으며 판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리드는 2019년 히로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웨이스트 에어리어(주로 모래로 채워져 있으나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으로 규정된 지역)에 있는 공 뒤에 있는 모래를 두 차례나 걷어냈다가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다. 리드는 처음엔 부인하다가 나중엔 카메라 각도가 달랐다면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리드가 백스윙하는 척 하면서 모래를 걷어내는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 명백하게 잡혀 양심 불량 비난까지 받았다.
대한골프협회 구민석 골프룰 담당 과장은 이날 리드의 박힌 볼 구제 영상을 보고는 “일반적으로는 한번 공이 튕기면 몇 번의 바운드 이후 공이 굴러서 정지하기 때문에 거의 박히지 않는다”면서도 “플레이어의 진실성에 기초하여 모든 행동을 본다면 리드의 구제 절차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심을 속였다면 더 이상 설명할 것 없이 실격 처리를 하거나 그 이상의 징계도 받아야 하겠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골프 룰은 플레이어의 진실성에 기초하며, 플레이어에게 유리하도록 적용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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