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안보보좌관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 근본 토대"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1. 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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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서 콜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가운데) 사회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담을 하고 있다. |USIP홈페이지 캡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 근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활성화 한 쿼드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을 미국 민주주의 강화,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 기술 경쟁 우위를 위한 투자,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 등 4가지로 요약했다.

■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 근본적 토대”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평화연구소(USIP) 주최로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콜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사회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과 대담을 나눴다.

설리번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진한 쿼드,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맺은 평화 협약인 ‘아브라함 협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정책을 구축할 근본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그 형식과 매커니즘을 진전시키고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적으로 규정했으며,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한발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 역시 쿼드를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을 위한 근본적 토대로 활용할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쿼드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호주,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은 아니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동맹 수준으로 협력 수준을 높인 인도가 참여한 지역 안보협의체다. 쿼드는 2017년 11월 4국 외교 당국 관료 회담으로 시작했으나 2019년 9월 뉴욕에서 첫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4개국 외교장관들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다자 안보협력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쿼드가 이의 모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쿼드를 확대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자주 언급했다.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나토를 본떠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 안보협력체로 ‘쿼드 플러스’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쿼드가 확대될 경우 한국, 싱가포르, 뉴질랜드, 대만, 몽골 등이 잠재적인 대상으로 회자됐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면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다자 안보협의체 참여 요구를 받을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전략적으로 어려운 선택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전략 수립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설리번 보좌관이 쿼드의 계승·발전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이상 한국 정부도 이에 관한 전략적 입장을 수립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중국과의 경쟁 대처는 미국 민주주의 및 동맹 강화”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4대 접근법도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는 중국이 기본적으로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미국의 기능장애와 분열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이 겪고 있는 분열상을 집중 부각하면서 중국 모델을 잘 작동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따라서 첫 번째 단계는 국내적 쇄신으로 돌아가 우리 민주주의의 근본적 토대를 일신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쇄신하고 인종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두 번째는 우리가 민주적인 동맹 및 파트너들고 보조를 함께 할 때 자유롭고 번영하며 공정한 사회를 향한 우리 비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1이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을 합하면 절반이 넘기 때문에 힘을 합치면 중국의 공격적인 행위에 맞서서 원칙의 수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그는 핵심 기술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생명공학, 청정 에너지 등을 거론하며 “우리가 최첨단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동맹국 및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미국에서 공격적이고 야심찬 공적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마지막은 이런 이슈들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말하는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중국이 신장, 홍콩, 그리고 대만을 향해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서부터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세계 각국에 파견된 미국 대사관까지 이같은 원칙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말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외교 정책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해 나갈 것임을 예고한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등도 이같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고율이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세계보건기구(WHO)·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탈퇴를 위협하고 방위비 증액을 둘러싸고 동맹국들과 끊임없이 마찰한 것과 다른 접근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국내 민주주의 강화 및 국내 문제 해결이 대중국 접근법의 첫 번째로 거론함에 따라 국내 현안 해소에 우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악의 코로나19 피해와 경제위기,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 등 미국이 국내적으로 처한 시급한 현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동맹국과 파트너와의 공동보조를 여러차례 강조하고, 기술 경쟁 및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거론한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로 통상 문제에 집중해 중국을 압박했던 것과 달리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기술 등의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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