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처럼 공매도 대항 모임 만들자".. '개미 역습' 국내도 심상찮다
[파이낸셜뉴스] "우리도 미국처럼 '공매도 대항 모임'을 만들어 대응합시다!"
지난 30일 국내 유명 주식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글이다. 미국 판 동학개미 운동인 '로빈후드 개미'로 불리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월가 공매도 세력과 전쟁에 돌입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로 코스피 3000선을 내주면서 조정장에 들어간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美 공매도 전쟁, '동학개미' 역습 이어질까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의 주식은 하루 동안 134.84% 폭등했다. 28일에는 44.29% 폭락했다가 29일 다시 67.87% 급등하며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임스탑 주식으로 촉발된 미국의 공매도 전쟁이 국내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전선이 국내로 확대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매도가 금지돼 있는 탓이다. 하지만 오는 3월15일 공매도 금지가 종료되면 이런 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원천적 금지를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로 인해 큰 타격을 입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 공매도가 금지된 3월13일까지 공매도 물량의 비중을 보면 기관이 50%로 가장 높고, 외국인 49.2%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0.8%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에도 불구, 공매도가 재개되면 풍부한 자금력과 온라인 기반을 통한 조직력 까지 갖춘 '동학개미'들이 미국의 '로빈후드 개미' 처럼 실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로빈후드 개미와 공매도 세력 전쟁 역시 '레딧(Reddit)'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미들이 봉기해 게임스탑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시작됐다. 이어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공매도는 사기'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가세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실이 발생한다. 로빈후드 개미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개미들의 폭풍 매수로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 세력들은 '숏 스퀴즈' 상황에 직면했다. 숏 스퀴즈는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가 주가가 오르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입었다. 개미들은 다른 공매도 종목으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여파는 미국 증시까지 흔들었다. 손실을 본 공매도 세력들이 다른 주식을 대량 매각, 현금화에 나선 탓이다.
■공매도 금지 청원 20만명 돌파
국내에서는 지난 30일 종료된 청와대 국민 청원의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은 20만6464명을 기록하며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에는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정부와 민주당은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 속에 공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매도 재개를 권고했지만 여당은 공매도 금지 기간은 오는 6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에는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기도 했다. 이날 당정협의는 신년 업무보고를 위해 매년 정례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오는 3월15일 공매도 금지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 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에 맞서 공매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상황은 좀 다른 것 같다"며 "국내에서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중심으로 이런 현상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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