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서 주택 화재..필리핀 다문화가정 일가족 3명 사망(종합)

옆집서 시작된 불이 남매 집으로 옮겨 붙어 참변
9살, 7살 남매와 할머니 숨져..엄마는 연기흡입 부상
이웃집 60대 남성 전신 2도 화상..주택 2채 전소 1채 반소

필리핀 다문화가정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원주 화재현장의 모습. (사진=원주소방서 제공)

[원주=뉴시스] 김경목 기자 = 31일 오전 3시30분께 강원 원주시 명륜동에서 발생한 주택화재로 필리핀에서 온 다문화가정 일가족 3명이 사망하고 30대 엄마와 이웃집 60대 남성이 부상당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불은 김모(65)씨의 집에서 시작됐고 이웃집으로 옮겨 붙으면서 김모(9·여)양과 남동생 김모(7)군, 할머니 L(필리핀)씨가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김양 남매의 어머니 L(32·여)씨는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L씨는 폐렴 증세와 고열이 나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도 받고 있다.

최초 불이 시작된 집에서 잠을 잤던 김씨도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불로 주택 2채가 모두 탔고 1채는 반소 피해가 났다.

불은 1시간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원주=뉴시스] 김유나 기자 = 31일 새벽 강원 원주시 명륜동 재개발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집이 불타고 있다. 2021.01.31. (사진=원주소방서 제공) photo@newsis.com

화재 참변이 발생한 곳은 남산지구 재개발지역으로 지대가 높고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불길이 이웃집으로 빠르게 번져 피해를 키웠다.

소방대원들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동네 도로 특성 때문에 지상 소화전에서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느라 애를 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전날 오후 8시께 라이터로 석유 난로 심지에 불을 붙인 뒤 잠이 들었고 오전 3시30분께 타는 냄새가 나서 깨어보니 이불이 타고 있었다. 불을 끄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 감당이 안돼 겁이 나서 집 바깥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석유난로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감식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다른 범죄 정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숨진 일가족을 부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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