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집콕..교육방송 보며 10분 '멍', 아침 햇볕에 일광욕 해요

강은영 2021. 1. 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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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호응 얻고 있는 EBS '멍TV'
日, 오후 8시 이후 외출·영업 금지..냄비 수요↑
英 슈퍼 부자들, 고학력 보모 고용 높아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력한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집콕 생활' 역시 길어지고 있습니다. 잠시 머물다 떠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이제 일상으로 여겨지게 됐는데요. 우리네 일상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19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요.


교육방송이 권장하는 쉼, "멍 때리세요"

EBS '가만히 10분 멍TV'에서 방영한 영상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옛날통닭 튀김', '도장 파기', '화덕 피자', '중백로', '마크라메 만들기', '회전목마'. 방송화면 캡처

"기름에 튀겨지는 통닭을 멍하니 몇 분씩이나 보고 있더군요."

40대 직장인 한주연(가명)씨는 얼마 전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돌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 곳에 멈췄습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닭을 튀기는 장면 때문이었는데요. 통닭이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지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고 해요.

그는 "기름이 지글지글 끓으며 통닭이 익어가는 소리에 마치 자장가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이런 것에 힐링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습니다.

EBS에서 실제로 방영하는 '가만히 10분 멍TV(멍TV)'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마음을 달래라는 뜻이 담겼는데요. 7분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상을 미동없이 보여주며 그야말로 멍 때리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평일 자정이 넘는 시간에 전파를 타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90편이 방송됐어요.

주제도 다채롭습니다. '함허동천 폭포', '숟가락 볼 파기', '커피 로스팅', '꽃바구니 만들기', '회전목마',' 화덕 피자', '도장 파기', '마크라메 만들기', '닭발볶음', '네일아트', '중백로'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와 소리에 중점을 뒀어요.

폭발적인 호응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을 발견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멍TV 영상은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고 집에서 불끄고 들으니 캠핑장 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머리 식힐 겨를이 없는 세상. 하루에 가만히 10분씩만 멍하니 있어도 세상이 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등의 글이 올라와 있어요.


"아침에 적당한 일광욕이 필요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8,000명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언론에서 일광욕을 권장하기에 이르렀어요.

최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생활 양식의 변화로 햇볕에 접촉하는 시간이 짧아지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햇볕을 쬐고 싶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어요.

실제로 햇볕에 노출되지 않으면 기분이 처지면서 우울감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날씨와 몸 컨디션의 변화에 대해 30년 동안 연구해온 사토 준 일본 아이치의대 정신과 객원교수는 "매일 출근을 하면 필연적으로 햇볕을 받게 되지만 코로19나 대유행으로 (정부의) 외출 자제 요청과 원격 근무 및 수업의 증가로 일광욕 기회는 더 줄고 있다"고 말했어요.

사토 교수에 따르면 햇볕을 쬐는 것으로 우리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을과 겨울은 일조시간이 짧은 데다 추위와 코로나19로 외출이 줄면 세로토닌이 감소하고 우울해지는 경향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토 교수는 "아침에 햇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는 이어 "아침에 햇볕을 받는 것은 정신의 안정과 양질의 수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생활에 리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집콕 생활'로 바뀌는 주방...냄비, 식기세척기 수요 증가

일본 HNK방송 화면 캡처

일본은 도쿄 등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적용 지역에서는 오후 8시 이후 외출자제, 음식점 등 영업시간 오후 8시까지 단축 등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집에서 식사하는 가정이 늘어나 조리기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NHK는 "음식점의 영업 시간 단축에 따라 '1인용 냄비' 수요가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음식점 등 요식업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도쿄 다이토쿠의 상가에서 10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이다야' 주방 조리 기구점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매출이 60%나 떨어졌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대량 구매하던 요식업 고객들이 줄어든 대신 개인 고객의 구매가 늘었다고 하네요.

이 상점에서는 전골이나 죽을 즐기는 1인용 냄비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스테이크 철판, 그리고 계란부침기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 고객 대상 매출이 전보다 1.5배 증가한 것인데요.

이곳의 이이다 유타 사장은 "코로나19로 집에서 요리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어려움 속에서) 개인 고객의 매상이 그나마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아요. 그동안 필수 가전으로 분류되지 않던 주방 제품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1~26일 판매된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음식물처리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5%, 40%, 800%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주방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 소비로 이어진 결과라 할 수 있죠.


고학력 보모 찾는 영국의 부유층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영국 전역이 강력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자 '슈퍼 부자'들이 시골 사유지의 대저택으로 내려가면서 그곳에서 일할 고학력의 보모나 가정교사뿐만 아니라 집사, 정원사, 가정부 등을 앞다퉈 고용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가디언에 따르면 우선 학교가 문을 닫고 원격 수업이 도입되면서 아이들 학습을 위해 보모나 가정교사 고용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들 슈퍼 부자들은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까지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해요.

전 세계 부유층을 대상으로 VIP 직원을 배치하는 전문회사인 폴로&트위드 측은 "교육학 학위를 가진 보모나 가정교사를 찾는 고객들로 넘쳐났다"면서 "우리 고객들은 온라인 학습을 감독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아노, 노래 및 승마 수업을 위해 직원들을 필요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에게 고용된 아이만 돌보는 유모들은 24시간 동안 시급으로 계산돼 급여를 받는데, 주당 2,000파운드(약 3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학습이나 다른 취미 생활을 돕는 유모라면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는 얘기겠죠.

폴로&트위드 측은 "최근 부유층 사이에서는 항상 머물 수 있는 부동산 관리자를 고용해 집 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 업체에 전화하는 번거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를 위해 연간 6만파운드(약 9,1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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