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채의 상속과 세금]한정승인 뒤 부친 빚 갚으라는데
[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은 법무법인 태승 The 스마트 상속 김예니 변호사, 채애리 변호사가 연재하는 상속 관련 소송부터 세금, 등기까지 상속 문제 전반에 관한 칼럼으로, 상속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그려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유한) 태승 김예니 변호사] 한정승인 신청 뒤 채권자로부터 들어온 채무 변제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도 될까?
이상속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채무가 상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정확한 채무액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이상속 씨는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상속 씨가 한정승인을 하고 나서 채권자 중 1인이 이상속 씨에게 아버지가 남긴 재산보다 큰 금액의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속 씨는 자신은 한정승인을 했으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에 법원에서는 채권자가 청구한 금액을 모두 변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채권자는 이상속 씨에게 판결에 따른 금액 전부를 변제하라고 독촉했고, 이상속 씨는 한정승인을 했으니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채권자는 그렇다면 애초에 대여금 반환 재판에서 한정승인했다고 항변을 했어야 했다며, 이상속 씨 고유재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을 하면서 판결금 전부를 변제하라고 한다. 이상속 씨는 상속재산을 넘는 채무를 모두 갚아야만 할까?
이상속 씨는 대여금 반환 청구에서 한정승인 한 사실로 항변했어야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얻은 재산 한도에서 피상속인 채무를 상속하는 것이다. 채무는 전액 승계하지만, 상속재산 범위로 책임이 한정돼 상속인 고유재산으로써 변제할 책임은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보통 한정승인을 한 뒤 상속채권자들로부터 대여금 반환 청구 등의 소송이 들어오는 경우, 상속인들은 자신이 한정승인을 한 사실을 주장하면서, 상속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다투게 된다.
그런데 이상속 씨는 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해,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에 상속채무 전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이 상속재산의 범위로 제한되는 것일 뿐 채무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법원으로서는 별다른 항변이 없는 한 피상속인의 채무 상당액을 전부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상속 씨는 청구 이의의 소로 구제받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는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재심 사유가 있는 등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기존 판결 내용이 번복될 수 없다. 동일한 사안을 다시 다툴 수도 없는 등으로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게 되며, 이를 기판력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상속 씨는 꼼짝 없이 상속채무 전액을 변제해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이상속 씨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때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책임 범위에 대해서 다툴 수 있다.
청구이의의 소란 채무자가 집행권원 내용인 사법상 청구권이 현재 실체 상태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것을 주장해 그 집행권원이 가지는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소이다.
한정승인은 채무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채권자가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채무가 ‘얼마’라는 점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그 상속인이 변제해야 하는 책임범위, 즉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갚아야 할 돈이 ‘얼마’라는 점까지 기판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상속 씨가 한정승인 사실을 변론 과정에서 주장하지 않았다고 해 확정판결에 의한 강제집행 단계에서는 이를 주장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상속 씨가 대여금 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 단계에서 한정승인을 주장하더라도 이것을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상속 씨는 채권자가 상속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한정승인 사실을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집행 단계에서 청구이의의 소로서 채권자의 청구를 다툴 수 있으며, 이때 법원은 상속재산 이외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하게 될 것이다.
이상속 씨와 같이 한정승인을 했다고 안심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사건이 복잡해지고 고민거리가 늘게 된다. 한정승인을 했더라도 상속채무를 변제하라는 소송 등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자신의 고유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강경래 (butt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회기자24시]‘파란 운동화’ 신고 뛰는 박영선, 3년 만에 꺼낸 이유는
- 오늘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소모임 금지 해제'·'10시 연장' 가능할까
- '리틀 정주영' 정상영 명예회장 별세…현대家 1세대 폐막
- [무플방지] "文대통령, 담뱃값 인하? 그런 공약 없습니다"
- “잠 안 자고 울어서”…3개월 딸 밟아 골절 시킨 친모 자백
- [어머! 세상에] 아기에 '술+에너지음료' 먹인 男…알고보니 삼촌
- [법과사회] 헌재가 본 '검사의 영장청구권'
- 948회 로또 1등 11명 21억씩…7명 수동 선택
- [이주의1분] 모델 최소라의 '떡볶이 먹방', 진짜 '난리났네 난리났어'
- 이낙연 "김종인, `이적 행위` 본인 발언 책임있게 정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