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개 숙인 60대 아버지

박영서 2021. 1. 31. 0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8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아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박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 이날 심문 기일에서 어눌한 말투로 "자식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씨는 아들의 행동을 말리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아들 역시 사건 이후로 후유증은 전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친 때리는 아들 목 졸라 살해 시도한 혐의로 구속기소
"제압하려 했을 뿐, 살인미수 이해 안 돼" 국민참여재판 신청
남성 재판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아버지가 자식인 아들을 계획적으로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지난 28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피고인석에 선 백발이 성성한 박모(60)씨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구부정한 허리를 더 숙여 입을 열었다.

아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박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 이날 심문 기일에서 어눌한 말투로 "자식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2시께 집에서 아들(39),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아들이 아내에게 욕설하고 때리자, 이에 격분해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들은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틀 뒤 의식을 회복하고는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그 사이 박씨는 구속돼 검찰을 거쳐 같은 달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술이 빚은 가정불화 사건 정도로 여겨졌으나 박씨와 가족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박씨는 아들의 행동을 말리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아들 역시 사건 이후로 후유증은 전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살인미수' 혐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성 체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박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박씨 가족은 '가정불화'와는 거리가 먼 가정이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일 없이 가끔 가족들끼리 술도 곧잘 마시곤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서 일거리가 떨어진 아들이 대전에서 고향에 올라왔고, 술을 마시다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일을 쉬게 된 아들이 속상해 술주정을 몇 차례 부렸던 일을 겪은 박씨는 아들을 제압하면서 아내에게 경찰에 신고를 지시했고, 시각·청각 장애를 앓았던 탓에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박씨 측 주장이다.

이에 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한중앙 강대규 변호사는 "살해 의도도 없었고 술 취한 아들을 제압하고자 한 행동일 뿐이며, 경찰에 신고를 지시한 것도 박씨다"라고 말했다.

최근 경북 청도군 한 사찰에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가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은 살인미수죄가 아니라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를 조사했다면 살인미수로 구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억울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29일 살인미수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입증계획 제출을 위해 다음 달 23일 속행 공판을 연 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춘천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conanys@yna.co.kr

☞  '계장님, 밤에 연락하지 마요'…익명 글에 경찰 '발칵'
☞ "현대는 정씨 것" 故정상영, 생전 현정은 회장과 '시숙의난'
☞ 한국사람이오?…유럽열차서 北주민 우연히 만난 유튜버
☞ '당신 나가!' 트럼프 새 거주지서 쫓겨날 위기
☞ 배우 김혜리 남몰래 미혼부 육아 도왔다…사연 보니
☞ '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예측 1위
☞ "누군가 자살 유도한다" 스스로 신고하고 투신한 40대
☞ "류호정은 부당해고 가해자" 면직 비서 공개 저격
☞  부동액 마신 미군 11명 병원 신세…진상 조사 나선다
☞ "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개 숙인 60대 아버지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