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구선수들이 쓰러진다. 인조잔디 충격흡수성 엉망..전국구장 10개 중 8개꼴로 기준 미달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21. 1. 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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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출입금지된 인조잔디구장. 경향신문db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국 인조잔디 축구장 10곳 중 8곳이 충격흡수성이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멘트와 같은 딱딱한 인조잔디는 부상 증가, 선수생명 단축,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체육시설관리협회가 지난해 하반기 전국 158곳 인조잔디축구장을 대상으로 충격흡수성을 조사한 결과, 129곳(81.6%)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격흡수성 50%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 기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이 정하는 국제 기준은 60%(프로기준 62~68%, 일반 기준 57~68%)다. 협회는 구장을 직접 방문해 통상적으로 쓰이는 인조잔디 충격흡수성 간이측정기로 조사를 진행했다.

인조잔디 흡수성 비교. 왼쪽은 두개는 국내 KS 기준(50%), 오른쪽 두개는 국제축구연맹, 국내프로축구연맹 기준(62~68%). 국제규격이 인조잔디 잔체 길이가 길고 모래와 충진재 등 탄성칩이 넉넉해 깊이가 깊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스포츠환경센터 제공


딱딱한 인조잔디는 인조잔디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인조잔디에 대한 충격흡수성 조사는 준공 직후 대부분 한 번만 진행된다. 이 때 충격흡수성은 모두 국내기준인 50% 이상을 만족한다. 한국체육시설관리협회 안을섭 회장(대림대 교수)은 “준공 이후에는 KS 기준 유지를 위한 정기검사가 없다”며 “잔디가 누워 엉키고 충전재(충격흡수용 미립자)와 모래가 유실돼 충격흡수성이 떨어져도 보완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토목공사를 마친 뒤 인조잔디를 깔고 그 위에 모래와 충전재를 뿌린다. KS 인증은 인조잔디 길이가 55㎜인 반면, FIFA 규정은 60~65㎜다. 국제 규격이 인조잔디 길이가 길고 충전재 등이 많이 들어가 국내 인조잔디에 비해 초기부터 높은 충격 흡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 국제적인 추세는 인조잔디 아래 충격 흡수 패드를 추가로 깐다. 안 회장은 “인조잔디뿐만 아니라 육상 트랙도 문제”라며 “기온, 햇볕 등에 노출돼 충격흡수성이 급변하는 트랙을 개선할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딱딱한 인조잔디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무릎과 발목 등 관절, 머리 부상 등이 발생하기 쉽다. 점프했다가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찧어 뇌진탕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 부상 증가가 선수생명 저하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국내 인조잔디에서 훈련하다가 국제대회에 나갈 경우 바닥이 상대적으로 푹신하게 느껴지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경기력도 떨어진다. 인조잔디는 2010년 전후 폐타이어, 발암물질 충전재로 인해 환경 및 건강 문제를 야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성능에서도 충격흡수성 저하라는 치명적인 오점을 드러냈다. 한국레저문화연구원 고재곤 원장(여주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조달청, 지방자치단체, 경기단체, 국회가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며 “전국 체육시설에 대해 사후 관리 업무가 법적으로 의무화하면 선수도 보호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체육시설관리협회 안을섭 회장(대림대 교수), 한국레저문화연구원 고재곤 원장(여주대 교수)


대표적인 인조잔디 성능 인증·공인기관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원장 윤갑석) 스포츠환경센터다. KCL은 국내프로축구연맹(K리그), 국제테니스연맹, 국제육상경기연맹 공인 검정 및 시험 기관이다. FIFA 시험기관 자격 획득도 임박했다. KCL 충청본부 공양표 본부장은 “FIFA는 2년 마다 성능 검사를 받고 수리와 보완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 인조잔디 내구연한을 8년으로 본다”며 “한국도 이같은 검사와 수리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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