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시진핑 "CPTPP 검토"..한목소리, 다른 속내

김정현 2021. 1.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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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6일 시진핑 통화서 CPTPP 화제
바이든 美정부 출범 후 한중 "CPTPP" 목소리
전문가들, 韓은 '통상' 中은 '외교' 화술로 분석
한중 한목소리에 美 오해할라..우려 목소리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앞다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서로 비슷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복안은 서로 다르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밤 9시 시 주석과 정상통화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앞두고 시 주석과 먼저 통화했다는 데서 1차적인 주목을 끌었는데, 한중 정상이 CPTPP를 동시에 주목했다는 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중 정상통화에서 CPTPP 화제를 먼저 꺼낸 것은 시 주석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시 주석은 CPTPP와 관련해 한국과 소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에 문 대통령은 CPTPP의 가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취임 3년만에 CPTPP 꺼낸 文, “철저한 통상전략”

먼저 한국의 생각부터 들여다보자. 일단 문 대통령이 CPTPP와 관련해 처음으로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8일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겠다”면서 “CPTPP 가입도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것이 2017년이다. 3년여 만에 갑자기 CPTPP를 꺼낸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의도적으로 CPTPP 언급을 피해 왔다. 2018년 12월 4일을 돌아보면 명확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직 CPTPP가 공식 발효되기 전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아던 총리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아던 총리는 “(회담에서) 한국이 CPTPP 참여에 앞으로 고려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발언했는데, CPTPP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CPTPP는 2018년 12월 말 공식 발효했다. CPTPP의 모태인 TPP는 본래 미국이 주도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 탈퇴한 뒤 일본 주도의 CPTPP가 탄생했다. 문재인정부가 일본 주도의 CPTPP에 가입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부터 문 대통령이 CPTPP에 관심을 가진 것은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CPTPP 같은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CPTPP를 처음 언급하기 바로 전날인 7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는데, 당시 토론 주제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통상 전략’이었다.

회의에서는 바이든 정부 하에서 한국에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CPTPP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하다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개방형 통상국으로서의 입지를 한국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CPTPP 혹은 미국이 새로 만들 다자FTA에 합류하는 것을 전제로 검토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CPTPP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은 외교전략이 아니라 철저히 통상전략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흥종 대외정책연구원장은 “바이든 정부가 다자 FTA에 관심을 갖겠지만 현행 CPTPP가 아닌 아예 다른 식의 다자 FTA를 만들 것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새 다자 FTA를 만든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들어가려면 이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7일 수보회의에서 토론을 위해 초청된 외부인사 중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中 가입의지에 ‘갸웃’…“美 방해하려는 전략” 분석

중국도 한국과 같은 속내일까. 일단 CPTPP를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본격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CPTPP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CPTPP 가입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CPTPP의 가입 조건을 중국이 충족하기가 까다로워서다. 엄격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영기업들의 보조금 등 특혜 제한,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룰이다. 아울러 CPTPP는 가입하기 위해 기존 참여국들이 만장일치 동의해야 하는데, 미중 신경전에서 미국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는 일본이 중국의 가입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CPTPP 가입을 언급하는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외교적 술수라고 평가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CPTPP 가입을 진짜인 것처럼 볼 필요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양자 FTA를 원한다. 그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CPTPP 가입을 방해하려는 정치적인 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상황이 이렇자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쇼’에 동조하는 것처럼 미국이 오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당장 28일 새벽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진행한 반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통화를 하지 못 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think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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