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은 惡, 주식 버블은 善? [노원명 칼럼]

노원명 2021. 1. 3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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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주식책을 사 달라고 해서 좀 긴장했다. 이웃에서 주식 얘기가 들려오면 그때가 팔 때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중1이 "아빠, 주식하는 법 좀 가르쳐 줄래?"하고 물어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에게는 주식입문용 만화책을 한권 사주고 나는 갓 번역 출간된 '버블:부의 대전환'을 골랐다. 그리고 아이 엄마에게 "00엄마, 한번 팔고 가지 그래?"하고 물었다.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는 3000 아래로 폭락했다. 이것이 거품이 꺼지는 소리인지, 일시 조정인지는 지나봐야 안다. 다만 나는 지금 주가에 '정치적 버블'이 많이 끼어있다고 보는 쪽이다. 위의 책 '버블: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버블을 일으키는 요인은 기술혁신 아니면 정부정책 두가지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공급이 만든 장세라는 점에서 지금은 정치버블이다. 여기에 국지적 정치상황이 추가됐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버블엔 극히 민감하지만 주식엔 관대하다. 부동산에 몰리는 돈을 주식으로 돌리는 정책을 써왔다.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기도 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5대 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부동산 말고 한국판 뉴딜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 본인은 지난해 '소·부·장 펀드'에서 낸 수익금과 새 돈을 합쳐 5000만원을 5개 뉴딜펀드에 재투자했다.

'부동산은 악, 주식은 선'의 이분적 인식이다. 해당 산업의 혁신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식 버블이 부동산 버블보다는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버블이 붕괴될때는 종류불문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가져온다. 1920년대 중반 미국에선 주택건설붐으로 부동산 버블이 크게 일었다가 1928년을 고비로 꺾어졌다. 그러자 돈이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식거품 붕괴의 결과가 '대공황'이다. 정부는 모든 종류의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

코스피는 최근 G20 중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보여왔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이제 제몸값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왜 지금이란 말인가. 가장 거품이 많이 끼었을 가능성,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뻥 터질 위험은 없는가. 적어도 정부는 그런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여권은 버블 보다는 선거를 더 걱정하고 있다(공정하게 말하면 안그런 정부여당은 세상에 없다. 정도 차이는 있을 것이다). 4월 재보궐선거이전에 주가는 계속 올라줘야 한다. 다음은 내년 대선이다. 기왕에 정치적 버블에 베팅한 민주 정부가 스스로 거품을 꺼뜨리는 경우는 없다. 선거가 계속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와 관련해 여권은 '완벽한 제도개선'이 보장되지 않으면 재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으니 영원히 하기 싫다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매우 '설득력있는' 논거를 하나 발견했다. '공매도는 기관들의 놀이터다. 개인은 못한다. 불공정하다.' 이렇게 배아픈게 많으니 먹고 싶은것도 많지 않을까.

그러나 공매도는 잠재적 이익을 가늠할수 없는 일반 주식투자와 정반대로 잠재적 손실이 무한대인 투자법이다. 최근 개미들로부터 역습당한 게임스탑 공매도 세력을 보라.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수습하느라 다른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이 휘청했다. 망하는 헤지펀드가 속출할 것이다. 이런 손실은 생각하지 않고 성공한 공매도만 예로 들며 불공정하다고 한다. 그런 셈법이면 하늘아래 공정한 것은 무엇인가. 공매도는 '버블의 훼방꾼'인데 여권은 그런 공매도가 미운 것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 정부는 여러개의 버블을 키웠다가 연이어 뻥뻥 터지는 낭패를 겪는 중이다. '적폐청산 버블' '북 비핵화 버블' '검찰개혁 버블' 등 굉장한 재료가 있는 것처럼 소문났으나 알고보니 '작전'에 가까웠던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그중 가장 큰 거품은 '도덕성 버블'이었다. 내로남불로 키워온 도덕성 버블말이다. 그리고 어느 버블에서나 공매도 세력처럼 딴 소리하는 집단을 도저히 못 견뎌한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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