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안 바뀌니 실손보험 전산청구에 1000원 내는 소비자들

우리·신한은행, 페이코 등 플랫폼서 서비스
대형병원만 전산청구 가능
일부 보험사 청구는 수수료 1000원 부담
법 개정됐다면 무료 서비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실손보험 전산청구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법 미비로 유료 서비스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WON뱅킹’에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탑재했다. 우리은행 앱에서 진단서 등 종이서류가 없이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1개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해 2월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 모바일 뱅킹 쏠에서 제공하는 20여개 라이프 플랫폼 서비스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의료정보 전송 플랫폼 전문 회사 지앤넷이다.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전산으로 진단서류를 전달 받아 보험사에 전달한다. 은행 앱 외에도 페이코나 카카오톡 등 플랫폼에도 진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에 한계는 있다.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 90여개 주요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우에만 진단서, 영수증 등 별도의 종이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전산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나머지 동네 병원을 이용했다면 별도 증빙서류를 받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험금을 신청해야 한다. 소형 병원은 대개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의료정보를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또 고객은 별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1개 보험사는 지앤넷에 건당 수수료를 내서 고객이 별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머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소비자가 1000원을 내야 한다. 지앤넷의 자체 앱인 ‘실손보험 빠른청구’에선 수수료 500원이다. 인건비, 팩스 전송비 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됐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어디 병원이 비급여 항목을 과다하게 진료하고, 높은 진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는지 드러날까 걱정도 한다.

이에 비해 대형병원과 보험사는 법안에 찬성한다. 지난 2018년 기준 연간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 중 76%가 팩스, 보험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종이 서류를 작성해 이뤄지고 있다. 종이를 발급하는 병원이나 종이 서류를 다시 전산에 입력해야 하는 보험사는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