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탕!탕! 이념이 신념이 될 때..깐느로 가는 길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2021. 1. 3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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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깐느로 가는 길'은 남북 이념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독특한 설정과 재기 넘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영화 속에 자신이 추종하는 이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극은 점점 파국을 향해 간다.

최근 인터뷰에서 최원종 연출은 "생전 김정일 위원장이 영화광이었다는 사실과 영화가 판타지를 주는 매체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며 "남북 이념 대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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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념 대립 소재 연극 '깐느로 가는 길'
영화광 김정일이 남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간첩 남파했다는 설정
연극 관람 중 SF영화 촬영 현장 보는 재미 쏠쏠
2월 8일 오후 8시 온라인 공연도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공
연극 '깐느로 가는 길'은 남북 이념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독특한 설정과 재기 넘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극의 시간적 배경은 1998년. 남한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IMF 구제금융을 받았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기아 사태에 직면했다. 소련 및 동구권 몰락이라는 국제 정세 변화와 맞물려 남과 북, 각각의 이념을 수호하는 이들은 혼돈을 겪었다.

극은 공산주의 신봉자인 남파 간첩 '한정민'과 반공을 삶의 가치로 삼았던 전직 안기부 요원 '권복인'이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다.

'영화광인 김정일이 지목한 한국 영화 필름을 입수해 북한으로 보내라.' 한정민과 그의 상관인 강신종은 특별 지령을 받고 남파됐다. 하지만 마지막 한 작품 '무제' 필름은 도무지 구할 수가 없다. 노심초사하던 한정민은 고심 끝에 자신이 직접 북한으로 보낼 영화를 찍기로 한다.

하필 '무제'는 SF영화. 하지만 한정민은 절망할 틈이 없다. 지령을 완수하지 못하면 북한의 어머니가 굶어 죽을 게 뻔하니까. 먼저 영화 작업을 함께 할 작가와 배우를 수소문했다. 접골원에서 일하는 작가 지망생 '권복인'에게 시나리오를 의뢰하고, 주변 지인들을 배우로 캐스팅했다.

왕년의 에로배우, 노숙자, 음모론자, 사채업자.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이다. 한숨 푹푹 나오는 라인업이지만 이 마저도 "촬영한 영화를 깐느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한다"고 동기부여용 거짓말을 해 간신히 모았다.

'레디, 액션'. 이때부터 영화사 세트로 꾸며진 무대 아래쪽 빈 공간은 한정민 감독의 입봉작인 SF영화 '달의 침략자' 촬영 현장으로 바뀐다. 영화는 지구와 달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변 소품을 이용해 연출한 미래 도시 풍경과 1인 다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연극 관람 중 초보 영화감독의 좌충우돌 영화 촬영 현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믹한 설정 속에서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배꼽을 잡게 한다.

하지만 뜨거웠던 촬영 현장은 한정민과 권복인이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싸늘해진다. 영화 속에 자신이 추종하는 이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극은 점점 파국을 향해 간다. 탕!탕! 두 번의 총소리와 함께.

'깐느로 가는 길'은 묻는다. "당신에겐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나요?"

최근 인터뷰에서 최원종 연출은 "생전 김정일 위원장이 영화광이었다는 사실과 영화가 판타지를 주는 매체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며 "남북 이념 대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정민' 역은 김동현, '권복인' 역은 오민석이 맡았다. 김왕근, 최무인, 최영도, 이갑선, 문경태 등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2020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연극' 부문에 선정작이다. 대면공연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31일까지. 온라인 공연은 2월 8일 오후 8시 네이버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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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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