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면 또 교회'..왜 그곳에서 집단감염 잦나

허단비 기자 2021. 1. 3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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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코로나19 유행 시기마다 '교회발 집단감염'
"정치적 프레임으로 방역 거부..관리 사각지대 많아"
광주 TCS국제학교에서 109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 건물 1층에 한 시민이 던진 계란들이 깨져있다. 계란을 투척한 시민은 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교회때문에 모두가 힘들다'고 말했다.2021.1.27/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네 차례의 광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감염 확산의 중심에는 항상 교회가 있었다.

감염이 잠잠해질 만하면 매번 교회발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개신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감염이 잦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광주에서 발생한 개신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87명이다.

안디옥교회 86명, 에이스 TCS국제학교 41명, 광주TCS국제학교 120명, 청사교회 75명, 사랑의교회 41명, 일곡중앙교회 30명, 사랑제일교회(서울도심집회발) 118명, BTJ열방센터 67명, 신천지 9명 등이다.

광주의 4차 대유행은 지난해 2월 신천지발 1차, 7월 방문판매 관련 '금양오피스텔'발 2차, 8월 도심집회발 3차, 11월 룸소주방·전남대병원발 4차 등으로 분류된다.

1차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유행에서는 대구 신천지 교회를 다녀온 교인들을 중심으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이 대구 신천지교회를 다녀온 교인들을 빠르게 찾아내면서 9명에서 감염 확산이 멈췄지만, 당시 신천지 측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고 교인 명단 제출을 미루는 등 방역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신천지가 특정 교단 소속이 아닌 이단으로 규정되면서 당국이 정확한 규모와 시설 위치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이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높아졌다.

2차 대유행은 대전 방문판매업체에서 감염이 확산했지만, 사랑의교회와 일곡중앙교회이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찬송가를 부르고 밀폐된 지하 1층에서 함께 취사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고 확진자 중 CCC아가페실버센터와 한울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이 있어 고위험군 확진자가 대폭 증가했다.

교회에서 시작한 요양병원발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또 다른 교회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국민들은 다시 한번 탄식했다.

지난해 7월3일 오후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교회 앞에 설치된 이동선별진료소에서 해당 교회 신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2020.7.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교인 1500명 규모의 중대형교회인 일곡중앙교회에서 방문판매 관련 전북 확진자가 예배를 본 후 감염이 확산했다. 당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이 광주에서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 공포감과 함께 이단을 넘어 교회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다.

이단과 일부 교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질 때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도심집회 관련 사랑제일교회발 감염이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교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향했고 수천명의 교인이 광화문에 밀집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교회 측이 정부의 강제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방역수칙도 어긴 것과 더불어 이후 집회 참석자들이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 지역감염을 빠르게 확산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하고 숨어버리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도심집회를 다녀온 성림침례교회 교인의 확진으로 말바우시장 상무지구 유흥업소 등으로 감염이 이어졌다. 이들이 방문한 카페, 식당, 학원, 사우나, 시장 등 도시 곳곳이 폐쇄됐고 유흥시설에 집합금지와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생존권을 위협받은 시민들의 원성도 높아졌다.

그러다 또 교회발 확진자가 속출했다. 행정명령을 어기고 타지역에서 경북 상주로 교인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각 지역으로 돌아가 감염을 확산했다. 바로 BTJ열방센터발 감염이다.

광주에서는 최초 이들이 타지역 방문 사실을 숨기면서 BTJ열방센터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방역당국이 감염원 추적에 애를 먹는 사이 관련 확진자는 67명으로 늘었다.

상주에 간 적이 없다던 선교사는 해외 선교를 위해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됐고 BTJ열방센터를 간 적이 없다던 또 다른 교인도 GPS추적 결과 방문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교회와 실랑이를 벌이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에는 한 집단에서 100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또 개신교였다.

IM선교회 소속 비인가 교육시설인에이스TCS국제학교, 광주TCS국제학교발 감염이 안디옥교회로 확산했고 안디옥교회에서 또 다시 꿈이있는교회로 일파만파 확산이 번지고 있다. 비인가 교육시설과 안디옥교회관련 확진자만 246명을 넘어섰다.

지난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 앞에서 109명 집단감염에 분노한 한 시민이 '교회 목사 나와라'라고 외치고 있다.2021.1.27/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이단이나 일부 교회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며 '결국 또 교회냐'며 개신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지난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교회와 교회 관련 시설들이 잇달아 코로나19 감염 진원지가 된 것에 사과하고 한국교회에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는 "불교나 천주교의 경우 중앙집권적이고 통제나 관리·감독이 용이한 반면 개신교는 수백개의 교파와 교단으로 나뉘다 보니 교회가 통일된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고 일부 교회들의 일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에서 다른 종교들의 감염은 매우 소규모였다. 불교 관련은 광륵사 8명, 관음사 6명 등 14명이었고 천주교 관련 감염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감염이 확산했던 곳 대부분이 교회 비인가 교육시설이나 개척교회, 교단이 없는 교회 등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들이 상당수였다.

이와 더불어 일부 교회들이 방역당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 방역수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 화를 키웠다.

탁 교수는 "방역에 대한 개신교의 입장이 국민의 안전보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진 경향이 있다"며 "건강 보건에 대해 양극단의 목소리가 씌워지니 예배를 강행한다든지 방역당국 지침과는 동떨어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안디옥교회의 경우 지난 8월 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집단감염이 터진 이후에도 전수검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탁지일 교수는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지금 그들의 모습이 이웃 사랑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일부 교회들의 일탈을 반성하고 이를 개신교의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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