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北주민 우연히 만난 유튜버 "편견깨는 영상 만들고파"

이상서 2021. 1.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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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이는 북한 사람이었다. 같은 객실에 탄 이들은 투박한 이북 사투리로 먼저 "한국 사람이오?"라고 말을 건네 긴장했으나 대화가 오가며 이내 그 경계심은 누그러졌다. "결혼을 했고?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여행 유튜버 김세은(28) 씨가 지난해 올린 영상의 한 장면이다. 콘텐츠는 1천만 조회 수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김 씨는 영국 BBC에서 보도될 정도로 외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행 유튜버 김세은(28) 씨. [본인 제공]

구독자 10만 명을 앞둔 김 씨는 31일 연합뉴스와 비대면 인터뷰를 갖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마주치는 인연의 대부분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체코, 독일, 헝가리, 영국, 스위스 등 배낭을 메고 찾은 나라가 20개국이 넘을 정도로 여행 경험이 많은 김 씨였지만 당시 상황은 여전히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다.

그것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직장인이었던 그는 일주일 휴가를 내고 가까운 여행지를 찾다 큰 고민 없이 러시아로 떠나 홀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내 객실에는 북한 사람 여러 명이 우르르 탔다.

그는 "이제까지 탈북민조차 만난 적이 없었고 아예 북한에 관심이 없었다"며 "모르면 두렵기도 하고 편견도 생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겁도 났지만 해외에서 한국말이 통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반가웠다"며 "떨어져 있는 세월이 길다 보니까 우리랑 다를 거로 생각했는데 동네 어른들과 비슷했다"고 기억했다.

우연히 성사된 남북 주민의 만남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김 씨는 챙겨온 컵라면을 권했고, 북한 승객은 감기에 좋다며 생마늘을 선물했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이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저에게만 특별한 기억인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뜨거워 놀랐어요. 조회 수 통계를 보니까 의외로 10대 구독자의 클릭이 많았어요. 분단과 거리가 먼 세대가 관심을 보여서 신기했죠."

그는 "북한이라고 하면 정치나 외교적인 쟁점이나 탈북민 이슈가 대부분인데 젊은 층에는 이것 말고도 평범한 일상도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소득"이라며 "이제껏 보지 못한 악플도 많이 달려서 놀랐지만 '의견은 참 다양하구나'하고 넘겼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만날 수 없는 걸 서로 알면서도 '또 봅시다'라고 작별 인사를 나눴던 게 긴 여운으로 남았다"고 고백했다.

다만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기존에는 당시 소감이나 생각을 담은 내레이션을 담았으나, 이번에는 그것을 빼고 현상만 건조하게 비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들도 여행하다 우연히 마주친 보통 사람들이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

여행 유튜버 김세은(28) 씨. [본인 제공]

그는 여행의 매력이 '타인을 알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데 있다'고 믿는다.

"여행 전에는 러시아인은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다고 여겼는데 실제로 만난 이들은 친절하고 먼저 손을 내밀더라고요. 지금은 피부색이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 선입견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직접 만나고 소통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는 "해외여행 중에 우발적으로 북한 주민과 접촉했을 때 신고 의무가 있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 같은 여행의 매력에 이끌려 퇴사했는데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하늘길이 끊겼다"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세상이고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해 보자고 결심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고백했다.

"낯선 곳에 도착하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생기도 하고 다른 관점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해요. 앞으로도 재미도 있고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의미 있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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