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화천군 산천어축제 산업화..대박 터지나
설 앞두고 외지판매만 2천500세트 선주문 예약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화천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겨울 축제를 열지 못해 시도한 '산천어 산업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
산천어를 이용한 산업화는 매년 100만 명 이상 찾는 산천어축제가 코로나19로 무산되자 고육지책으로 내건 도전이다.
화천군은 인구 2만5천 명에 불과한 최전방 산골도시이자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군사도시여서 지역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이런 화천군에 산천어축제는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다준 '복덩이'지만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지난해는 겨울답지 않은 이상 기후로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반쪽' 행사에 그쳤다.
이 같은 연이은 축제 실패는 새로운 도전의 자극제가 됐다.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한철 관광'에서 벗어나 사계절 상품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비대면 축제 대비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산천어 식품 제조를 위한 설비를 갖추고 관련 기업 유치와 주민 고용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산천어를 통해 알려진 축제 도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고유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효과는 '덤'이다.
오경택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축제 상징이 된 산천어를 겨울이 아니더라도 저장성과 상품성 높은 식품으로 개발해 지역 경기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산천어 77t(1t당 3만∼4만 마리 추산), 약 25만 마리를 요리로 만들었다.
'얼음위 손맛' 대신 '식탁위 입맛'을 위해 밀키트, 반건조, 살코기캔, 묵은지 조림, 어간장, 통조림으로 생산했다.
반건조(5마리)와 캔(3개), 통조림(2개) 등을 묶는 선물 세트(3만7천 원)를 비롯해 4천 원대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단품과 세트 상품을 선보였다.
반신반의했던 도전은 판매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초기 단계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가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판로에 도움을 주고자 서울 백화점에서 선보인 산천어 간편식 밀키트 세트는 조기 완판됐다.
애초 산천어 물량 3.5t을 31일까지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5일이 빠른 지난 26일에 모두 판매되자 2t가량을 추가로 요청했다.
호기심에 구매하던 소비자가 특유의 담백한 맛에 재구매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강원도는 분석했다.
동명이인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최문순 화천군수가 유튜브를 통해 산천어를 알리는 등 판매를 도왔다.
도 관계자는 "구입문의가 쇄도해 판매기간을 다음 달 1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낯선 생선이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 조기에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설을 앞두고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외지에서만 판매가 이뤄진다.
판로가 외지로 국한됐지만, 처음 선보인 반건조와 어묵은 출시 이틀 만에 약 380세트가 팔렸다.
다음달 1일 판매를 앞두고 선주문(29일 기준)을 통해 산천어 선물세트(1천84개), 반건조세트(520개), 살코기캔(320개), 묵은지조림(370개), 어묵(310개) 등 약 2천500세트가 예약됐다.
국내 식품 대기업과 손잡고 OEM(주문자 위탁생산) 방식으로 추진한 통조림 등 6만6천개가 최근 입고돼 준비를 마쳤다.
국내 대기업 임직원 식자재로 3t이 판매됐고, 일본 수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중이다.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주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축제기간 얻었던 일자리 대신 반건조장에서 300∼350g의 산천어를 손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산천어 손질과 운송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100여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 군수는 "축제를 통해 확고해진 산천어 이미지를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사계절 산천어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며 "산업화 원년으로 삼아 관련 산업 일자리를 창출해 붕괴직전의 지역경기를 살리는 촉매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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