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부실수사 여파..'경찰 숙원' 수사종결권 괜찮을까

이승환 기자 2021. 1.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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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한달-警]'정인이 학대 사망' 이어 수사력 의심
시행 초 '국민신뢰 회복' 숙제.."혼선 불가피, 최소화해야"
©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 66년 숙원으로 불린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후 검찰의 지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숙원' 실현 약 한 달 만에 "경찰은 자격이 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정인이 사망 사건'과 '이용구 차관 폭행 사건'이 올해 정초부터 재조명되면서 경찰의 수사력을 의심하는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숙원 이뤘으나…'이용구 여파'로 '위축'

31일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잇단 논란으로 경찰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경찰이 확보한 수사 종결권을 이대로 유지해도 되느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벌써 확산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한 달 만에 경찰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은 셈이다.

'경찰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경찰은 지난해 생후 16개월된 입양아 정인이가 양부모에게 학대 당한다는 신고를 3차례나 접수했으나 양부모 말만 믿고 조처하지 않다가 결국 정인이는 숨을 거뒀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채 이 차관 사건을 무혐의로 내사 종결한 것이다. 경찰은 진상 조사를 벌이며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기대감이 내부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며 "제도 안착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양천 입양아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 '이용구 차관' 사건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총괄 책임자 '공백'…실무진 전보 인사도 '아직'

문제는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수장의 공백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수사권 조정 후속 방안의 하나로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 수사를 총 책임지게 됐으나 국수본부장 인선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수본부장은 빨라야 다음 달 초중순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수사국장이 국수본부장 직무대리를 하고 있으나 '대행'의 한계는 뚜렷할 수밖에 없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는데, 이를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수장이 부재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방안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겠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경찰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 중간 간부인 경정 이하 전보 인사도 아직 단행되지 않아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경정 계급이자 실무 책임자인 일선 경찰서 과장은 보통 1년에 한 번씩 자리를 이동한다. 이들의 새 근무지가 정해지지 않아 수사권 조정 원년인 올해 현장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정 이하 전보 인사가 나지 않아 조직 정비를 본격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할지 확정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려면 보통 3년이 소요된다"며 "법 시행 초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실무진 전보가 신속하게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어"

경찰 일각에서는 이용구 차관 사건 관련 부실수사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면서 수사권 조정이 취지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27일 오후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와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경찰과 검찰 간 견제를 통한 '권한 남용 방지'가 수사권 조정의 취지인 점을 고려하면 경찰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법 취지를 살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또다른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제한됐지만 그 제한된 범위 내에 '검찰은 경찰을 수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검찰이 이 차관 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고자 경찰서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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