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생가, 모차르트 고향..무엇이 한국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그곳에 서게 했을까

양영은 2021. 1. 31.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알레그로 D장조'를 세계 초연 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 연말 독일 본의 베토벤 생가. 오스트리아의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베토벤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DG옐로우라운지 협연을 펼쳤다. 곡목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가장조 작품번호 69와 이히리베디히(그대를 사랑해). 그리고 바로 다음달인 올해 초,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의 265번째 생일을 맞아,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자필 악보가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의해 세계 초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알레그로 D장조', 94초의 짧은 피아노 소품으로 1773년 17살의 어린 모차르트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곡이다.

이 두 무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사전 녹화된 후 온라인을 통해 영상이 공개되었다. 특히 1월 27일 모차르트의 생일에 맞춰 공개된 조성진의 초연 영상은 영국 BBC와 유로뉴스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함과 발랄함, 순수함을 잘 살려낸 스물일곱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호평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올해 '모차르트 주간'의 예술감독인 세계적인 테너 성악가 롤란도 비야손은 이를 '놀라운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연주자에게도, 팬들에게도, 청중에게도 분명 '놀라운 순간'이었다.

어떻게 한국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생가와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연달아 기념비적인 무대에 서게 되었을까?

아무리 최근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고 '청년 거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지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우선 이번 모차르트 미발표곡 초연의 경우 원래는 하버드 음대 명예교수인 미국의 로버트 레빈이 맡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레빈 교수(http://music.fas.harvard.edu/emeriti.shtml)는 모차르트 전문 연구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70대의 석학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조성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앞서 있었던 베토벤하우스에서의 공연도 코로나19로 많은 지역에 록다운이 걸린 상황에서 조성진이 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베를리너 피아니스트' 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실은 조성진은 지난 2018년, 쇼팽과 드뷔시에 이은 모차르트 음반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평론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모차르트 연주가 조성진의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 셈인데, 유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https://www.ludwig-van.com/toronto/2018/12/28/lebrecht-listens-seong-jin-chos-mozart-checks-off-boxes/)는 "조성진의 모차르트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음악적 대화' 를 할 줄 안다"며 "앞으로도 이 한국인 혜성의 연주를 더 자주 듣게 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 블로그 캡처(www.ludwig-van.com/toronto/2018/12/28/lebrecht-listens-seong-jin-chos-mozart-checks-off-boxes/)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이 주최한 베토벤 생가 공연도 조성진의 실력과 그로 인한 탄탄한 팬덤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공연들이 모두 중단되면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던 몇 차례의 온라인 무관중 공연들이, 역설적으로 조성진이라는 클래식계에서 비교적 신예 연주자를 공간의 제약없이 더 많은 세계인들에게 동시 노출되게 만들었고, 그때 수만 명에 달했던 동시접속자 수가 팬덤의 실체를 확인시켜주면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실력과 입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연주자, 한국 팬들의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2017년 KBS <톡쏘는 인터뷰 '소다'(https://www.youtube.com/watch?v=72hSV_-PA2I)와의 인터뷰에서 조성진은 이렇게 말했었다.

2017년 5월 KBS 톡쏘는인터뷰 ‘소다’ 캡쳐(https://www.youtube.com/watch?v=72hSV_-PA2I)


그 때는 쇼팽 콩쿠르 우승을 돌아보며 한 말이었지만, 이번에 조성진에게 특별한 무대에 잇따라 설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를 원한다는 그의 바람대로 이제는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말이다.

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