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운명' 2월 결판..최소 3개월 금지 연장 후 일부 재개되나

박응진 기자 2021. 1. 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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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동학개미, 靑국민청원 20만명 넘겨..與 지원사격
IMF, 사실상 '공매도 재개' 주문..'시장충격 제한적' 전망도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空賣渡)를 놓고 이른바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금지 연장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동학개미들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동학개미 3명 중 1명이 서울·부산시장을 뽑은 4월 재보궐 선거 유권자라는 점이 동맹 전선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정부에 사실상 공매도 재개를 주문하고 나섰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등 대외 신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장기화로 인한 국내 증시의 거품 논란도 일고 있다.

오는 3월15일 공매도 금지 종료 시점까지 한 달 보름 가량 남은 상황에서 이처럼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2월 중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을 봤을 때 공매도는 최소 3개월 더 금지된 뒤 대형주 등 일부 종목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글부글' 동학개미, 靑국민청원 20만명 넘겨…與 지원사격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1차례 연장돼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앞서 금융위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으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점이 해소되기 전까지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또 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8일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동학개미 편에 섰다. 일부 증권사가 시장조성자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는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매도 재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힘을 합쳐 출범한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IMF, 사실상 '공매도 재개' 주문…'시장충격 제한적' 전망도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19발(發)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됐던 만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오른 최근 상황에서는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기본 입장이다. 거품 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IMF도 이런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단장은 지난 28일 화상으로 진행된 2021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현재 금융여건이 코로나19 이후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경제가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공매도 재개로) 여러가지 시장이 작동하는 것들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외 유사 사례를 봤을 때 공매도 재개로 인한 시장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공매도 재개의 근거가 되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에 따르면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오스트리아·그리스·말레이시아 등 공매도 금지 국가의 금지기간 수익률(21.3%), 해제 직후 1일 수익률(-1.9%), 해제 직후 5일 수익률(0.6%)은 공매도 허용 국가인 미국·영국·독일·일본의 대응기간 수익률(23.4%), 그 직후 1일 수익률(0%), 5일 수익률(1.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 실장은 "공매도 금지 국가들에서 해제 직후 수익률 하락이 관측됐으나 크기와 지속성은 제한적이었다"며 "다만 시장안정을 위해 거래소를 전면 폐쇄했던 필리핀거래소의 경우 재개장일 주가가 13.3% 폭락했던 사례 등을 고려하면 전면적인 금지조치의 일시 해제에 따른 시장 충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보다 정교한 시장안정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설 연휴 지난 뒤 본격 논의"…최소 3개월 연장 가능성 거론

공매도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결정이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2월 중순을 넘긴 시점에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난 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금융위 회의에서 내려진다. 2월 중 금융위 정례회의는 17일 하루만 잡혀 있다. 물론 정례회의가 아닌 임시회의를 열어 결정할 수도 있다.

최근 정치권의 압박이 시작되면서 금융위도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최소 3개월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상위 일부 종목에만 공매도를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법 공매도 방지와 개인투자자 공매도 활성화 등에 필요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3월 재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재개 시점은 6월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증권금융이 개인 공매도 활성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공매도 재개에 대비한 제도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증권금융이 추진 중인 K-대주시스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개인의 공매도 대여가능 금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715억원에서 향후 1조4000억원으로 약 20배 증가해 개인이 손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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