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8년간 모은 돈 돌려달라는 딸 vs 집 사는데 썼다는 엄마

사회초년생 중에는 저축이나 투자를 위해 월급 관리를 부모님께 맡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차곡차곡 모아주는 줄로만 믿었던 부모님이 말도 안 하고 돈을 다 써버렸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직장생활 8년차 A씨는 어머니에게 매달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한 A씨 대신 어머니가 월급을 관리해주겠다며 월급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결혼 시기가 된 A씨는 어머니에게 그동안 모은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만큼 돈이 꽤 모였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돈은 겨우 400만원이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을 장만하는 데 A씨 돈을 갖다쓴 겁니다.

A씨는 자신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이 돈을 갖다쓴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엄마의 행동에 화가 많이 났는데요. A씨는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 400만원이라도 들고 집을 나왔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는데요.

A씨는 어머니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걸까요?

◇엄마의 행동, 법으로 따져보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재물을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횡령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재물을 사용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판례에 따라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사실상 위탁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A씨는 월급을 어머니에게 송금하고 어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A씨는 어머니가 관리해줄 것을 믿고 월급을 맡겼고 어머니가 A씨 월급을 점유해왔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업무상 임무에 의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했다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업무상 횡령은 일반 횡령죄보다 처벌이 가중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때 ‘업무상 임무’란 직업 또는 직무라는 말과 같은데요. 자녀의 월급을 관리하는 것이 부모의 직업이나 직무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A씨의 어머니에게는 업무상 횡령이 아닌 일반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횡령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형법이 친족 간 재산범죄는 처벌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족상도례란 친족간 범죄가 발생한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규정에 따라 직계혈족간 횡령죄는 형이 면제됩니다.

◇딸 위해 재산 처분했다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고 해도 형이 면제되는 것일 뿐 범죄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행위가 횡령으로 인정되면 A씨는 어머니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처분한 A씨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거죠.

그러나 A씨 사례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어머니가 A씨 돈으로 집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A씨 돈을 임의로 처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산이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인데요.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재물을 횡령하거나 재물의 반환을 거부해야 합니다. 불법영득의사란 남의 재물을 내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합니다.

어머니가 A씨 모르게 모은 돈을 처분한 것은 불법영득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물을 소유권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거죠.

따라서 어머니가 A씨 돈으로 집을 구매했더라도 후에 명의변경이나 상속을 통해 결과적으로 A씨에게 이익이 된다면 횡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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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