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털려도, 장사 못해도..희생으로 버틴 K방역 '균열'

오진영 기자 2021. 1. 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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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방역에 가려진 '내 권리'] (上)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헬스클럽관장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헬스클럽관장연합회 제공) 2020.12.16/뉴스1


'코로나19'(COVID-19)가 맹위를 떨치며 한국 사회에서 방역은 절대 가치가 됐다. 코로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에 전에 없었던 수많은 제재가 이뤄졌고, 국민은 감내했다.

하지만 1년 넘게 제약이 진행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더는 못하겠다'는 비명이 새나온다. 이미 헌법재판소에 찾아가 정부의 기본권 침해가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내는 변호사들과 자영업자들이 생겼다.

의료 시스템도 '코로나'가 중심이 되면서 소외받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교육에서는 계층 간 격차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 만큼 공익과 기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QR코드 5억1800만건 수집, 방역 활용은 33만건 불과

식당·카페 출입시 찍는 '전자출입명부'(QR코드)는 '코로나 1년'을 거치며 국민에게 당연한 존재가 됐다. QR코드를 통해 개인의 동선을 고스란히 남기는 것인데, 코로나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이다. '방역'이 전제가 되지만 정부가 언제든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사진=머니투데이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한 지난해 6월 10일부터 1월 25일까지 전자출입명부 총 이용 건수는 5억1845만건에 달한다. 이중 4주간의 보유 기간이 만료돼 삭제된 파기 건수는 4억3357만건, 역학조사 등에 사용된 활용 건수는 33만7943건에 불과하다.

정보인권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코로나19와 정보인권'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의 법적 근거로 '개인정보보보호법 상 이용자의 동의'를 들고 있다"며 "그러나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전자적으로 할 것인가, 수기로 할 것인가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언제든 분산돼 관리되고 있는 개인정보를 결합해 해당 시설에 누가 출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출입자 명부 작성의 의무화는 감염병 환자나 의심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상시적인 감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시행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 따라 150㎡ 이상의 식당·카페 등 중점관리시설 9종에서 전자출입명부 작성이 의무화된다. 2020.11.8/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해 기본권 논란을 부른 것은 전자출입명부뿐만이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알아내기 위해 1만 905명의 기지국 통신·접속정보를 수집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은 "정부가 2주간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명목으로 약 1만명의 정보를 수집·처리한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방역 조치로 재산권 침해됐다"…단체 행동까지 나선 자영업자들

정부의 방역 조치로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방역조치에 따른 결과 버티기 힘든 영업 이익 손해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6년째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던 한모씨(61)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에 비해 43.3% 줄었다. 2·3차 유행 때부터 '밤 9시 영업 제한' 등 집합제한 조치가 잦아지면서 8~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는 정부로부터 '평등권' '재산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으며, 뚜렷한 보상규정이 없었다며 지난 5일 다른 자영업자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자영업자들은 권리를 찾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은 영업할 권리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지난 25일에는 노래방 업주들이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방역조치 완화를 촉구하며 노래방 기계를 부수기도 했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 (서울=뉴스1)


김종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6일 "소상공인들은 마땅한 보상 규정이 없어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며 "달마다 1000만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데 최대 3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부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에서는 집합금지·제한 조치 등으로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별법이 지금까지의 피해를 소급해 보상해줄 수 없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 우선" VS "기본권 제한" 논의는 진행 중…사회적 합의 수반돼야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한당구장협회, 대한볼링경영자협회 등 체육시설 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에 의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며 포승줄로 스스로를 묶은 채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이들은 "집합제한은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과 납득이 있어야 한다"며 "일반기업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데 자영업자만 밤 9시까지 제한을 두고, 골프장 샤워실은 허용하는데 헬스장만 제한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비판했다. 2021.1.27/뉴스1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수집이나 위치정보 추적 등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며 "감염병 예방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생활 비밀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하에 조정을 하며 적정선을 지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역 기준을 수립하겠지만, 그럼에도 헌법소원 등을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서는 시민이 생겨날 것"이라며 "앞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민 권리구제를 위해 사법적극주의적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진영 기자, 박수현 기자, 정경훈 기자
사립초등학교로 몰려드는 학생들…코로나가 키운 교육 양극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1년째 이어지면서 학교 간 교육격차가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올해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 38곳의 경쟁률은 6.8 대 1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등교일수가 공립보다 많고, 비대면 수업의 질도 훨씬 낫다는 소문이 퍼진 영향이다.


◆점점 더 벌어지는 사립 공립…학력 격차 고착화 우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학기 기준 응답 교사의 68%('매우 커졌다' 17.6%, '커졌다' 50.8%)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2.8%('매우 커졌다' 21.4%, '커졌다' 41.4%)가 격차를 인식하고 있었다.

현장의 교사들은 그 원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조하는 학교의 지원 부재를 꼽았다. 교사들이 제시한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한 대책 중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지원(24.2%)이 1위를 차지했다. 소수 학생 등교를 통한 대면 보충지도 (17.8%)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 공립학교 교사 A씨는 "비대면 수업을 하니 스스로 학습이 잘 되고 있는지 학교에서 매번 날마다 체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학생들 간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 도중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뒷받침해줘야 하지만, 공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에 비해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사립" 소문에 '우르르'…벌어지는 학력 격차

실제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수업의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차이를 보였다. 상당수 공립 초등학교의 실시간 온라인 수업량은 하루 1~2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은 기존 유튜브 영상이나 EBS 교재를 활용하는데 그쳤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립초등학교 학부모 장모씨(44)는 "일주일에 두 번 줌으로 수업하고 있다"며 "나머지 날에는 올려져 있는 EBS 영상 보고 수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는 아이의 시청 여부만 확인하고, 피드백도 일주일 월요일에 한 번씩 등교해 숙제 검사를 받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17일 세종시 한결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상당수의 사립초등학교는 모든 수업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인천시의 한 사립초등학교 학부모 김모씨(41)는 "수업을 하루에 6시간씩 전부 온라인 실시간 강의로 진행 중"이라면서 "기존 학교 수업과 괴리감이 전혀 없기에 하루 20분 정도만 선생님과 만나는 공립학교에 비해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도 원격 영어 수업을 진행 중이다.

사립학교에서는 EBS 영상이 아닌 자체 제작 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시 한 사립학교 학부모 문모씨(45)는 "체육, 도덕은 녹화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EBS가 아닌 자체 제작 영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육 같은 경우 요즘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직접 찍어 올려주시니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원격수업의 질이 사립초교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올해 서울 사립초 38곳의 경쟁률은 전년(2.05 대 1)보다 3배 이상 오른 6.8 대 1까지 치솟았다.

◆공립초 학부모 "지난해 수업 기억할까 의문"

등교일수 차이도 심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지역 공립초교 562곳의 평균 등교계획일수는 주당 1.9일에 불과했다. 반면 사립초교 38곳은 주당 평균 4.2일로 2배를 넘었다. 공립초교와 사립초교가 '3분의 2 이하 밀집도'라는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는가 하면 사립초에서 '긴급 돌봄'이라는 명목으로 변칙등교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사립초 학부모 문씨는 "이번 주부터 다시 등교하기 시작했는데, 첫 주는 2일, 다음 주는 1일 등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거리두기 이전에는 주 3일 등교했다"고 설명했다. 공립학교 학부모 장씨는 "월요일에 한 번씩 숙제 검사하러 오전 9시에 등교하는데, 쪽지시험을 보고 오후 12시쯤 점심을 먹고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부모들의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장씨는 "이제 4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지난해 배운 것을 다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학을 3학년 때 처음 배웠는데 공부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사립초 학부모 김씨는 "막상 진행해보니 평소 수업과 차이 없어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립학교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도미향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대면 수업이 계속된다면 상위권·부유계층과 취약 계층 간 학력격차가 커질 것"이라면서 "부유층은 학원을 가거나 보충학습을 할테지만 취약 계층은 관리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라면서 "교사들이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질문하면 그 순간 만큼은 집중을 해야 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홍순빈 기자,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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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김나현 기자 itsmena@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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