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왕 '전세계'가 부르면 '바티칸킹덤'은 "네, 가요"
비밀 대화방서 박씨, 바티칸에 마약 거래 적극 지시
박씨-바티칸-황하나로 이어지는 마약 유통 고리
'전세계 패밀리' 총책 박왕열은 국내 송환 아직
전세계와 바티칸 킹덤이 활발하게 운영했던 텔레그램방에는 각종 마약 거래 증거들이 즐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에게 각종 지시를 받은 바티칸 킹덤은 마약 홍보와 유통, 거래 등을 도맡았다.
바티칸 킹덤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패밀리' 조직은 광범위하게 활동하며 텔레그램 마약시장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검거됐지만 일부는 추적을 받고 있다. 특히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이기도 한 '총책' 전세계 박왕열(41)은 여전히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마약왕 전세계가 부르면 바티칸 킹덤은 '네 가요'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 아이디 '마왕 전세계'와 '바티칸 킹덤'은 지난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함께 활동하며 마약 홍보와 판매 등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세계' 박씨가 지난해 5월쯤 '바티칸 킹덤' 이씨에게 '마약류 판매를 광고할 수 있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줄 테니 마약류를 공급받아 판매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CBS노컷뉴스 21.01.23 <[단독]'마약왕 전세계'의 국내총책 '바티칸 킹덤' 정체는?> 참고) 해당 대화방은 실제 두 사람의 행동이 이뤄졌던 유력한 증거로 파악된다.
마약 거래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졌으며 바티칸 킹덤이 이를 관리해 송금한 정황도 포착된다. 박씨는 '(손님께) 드려라, 바티칸 왕아 빨랑', '뭐하니, 파이팅 코인값 떨어진다, 서둘러', '바티칸 10개x3명 =2배 60정 값 코인으로 보내라'등으로 재촉했다.
박씨는 바티칸 킹덤에게 '위성전화 줘봐라~ 수신이 안좋다'라고도 했다. 당시 박씨는 필리핀 감옥에서 탈옥해 도피 생활 중이었다. 국내 마약 거래를 주도했던 바티칸 킹덤을 치켜세우는 듯, 박씨는 바티칸 킹덤을 '왕', 해당 대화방을 '바티칸 왕국'이라고도 했으며 '바티칸 왕국 고객분들께 선착순 캔디(합성마약) 10개, 구매자 서비스 5정'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도 벌였다.
박씨가 바티칸 킹덤에게'이거 갖고 가서 후리영상 만들어봐'라며 '마약 제조'를 지시한 내용도 있다. '후리'는 필로폰을 가열해 연기를 흡입하는 이른바 '후리베이스'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 킹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대화방에는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박씨와 바티칸 킹덤에게 거래 문의를 하며 후기를 인증했다. 바티칸 킹덤은 '진짜 바빠 죽을 것 같다'며 밀려드는 주문량에 환호했다. 마약류는 대부분 '던지기'(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면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거래됐으며 파티, 클럽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마약 투약 후 데이트나 성관계 후기 등이 활발히 공유되기도 했다.
바티칸 킹덤이 홍보한 마약은 액상 캔디, 아이스(필로폰), K(케타민), 떨(대마초), 허브(제조마약) 등으로 유통 지역은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 뿐만 아니라 천안, 대전, 대구, 부산, 광주까지 뻗어 있었다.
바티칸 킹덤이 활발히 마약 거래를 했던 시기는 황하나씨 및 지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황씨의 지인인 A씨는 바티칸 킹덤에게 마약을 전달받은 인물로도 전해진다. 황씨와 주변인들의 대화가 남긴 녹취록에는 '바티칸'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으며, '눈꽃 XX 좋아'라는 말도 있다. 눈꽃은 필로폰의 은어로 '아이스'로 통칭된다.
◇텔레그램 마약시장 주도한 '전세계 패밀리'…총책 박왕열은 국내 송환 아직
바티칸 킹덤 뿐만 아니라 박씨의 하부 조직, 이른바 '전세계 패밀리'는 광범위하게 활동하며 텔레그램 마약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패밀리의 조직원으로 활동한 유통책들의 경찰 조사 및 진술 등을 종합하면, 전세계 패밀리에는 10명의 중간 판매책들이 있었고 서울 지역은 'OO상스'. 'OO라', 'O끼', 'OOO겟도', 'OO아이스', 경상 지역은 'OOO럭키', 대전 지역은 'OOO엔젤', 그외의 지역은 'O리'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며 활동했다.
급격하게 세를 불려가던 전세계 패밀리는 지난해 9월 언론 보도로 실체가 알려지자(CBS노컷뉴스 20.09.04 <[단독]'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주범, 도피 중 은밀한 마약판매> 참고)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는 바티칸 킹덤을 포함한 판매책 28명이 경상남도경찰청에 대거 검거됐다.
조직은 사실상 와해 수순이지만, 일부 조직원들은 여전히 은밀하게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계 조직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총책' 박씨에 대한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숙제다. 박씨를 송환해 조사해야 마약 조직의 완전한 실체와 범죄 혐의가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박씨는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필리핀에서 검거돼 재판을 받던 박씨는 2017년 3월과 2019년 10월 두 차례 탈옥에 성공했다가, 지난해 10월 28일 필리핀 북부 라구나주에서 붙잡혔다. 필리핀 당국은 박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 법무부는 박씨의 송환을 검토하고 있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박정환·서민선 기자] kul@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 2.98%…30년 만에 중국 제쳐
- '왕회장' 막내 정상영 KCC 명예회장 숙환으로 별세
- "손 가리고 기침해 달라"는 식당 주인에 행패 60대 '벌금형'
- 이재명, 美의회·UN 등에 "대북전단금지법 지지를" 서한
- 기본에 충실한 '디젤 세단' 파사트…국산차 조준하는 폭스바겐
- 코로나 유행 속 사기 '기승'…경찰 "5개월간 특별 단속"
- 세금 혜택 챙기고 임대주택 매도 임대사업자에 과태료 3천만원
- 술 취해 엑셀 밟았지만 車고장에 제자리…대법 "음주운전 아냐"
- [법정B컷]'조국 자녀' 목격담에도…'허위 경력' 인정된 이유
- "이만희 무죄 여파?"…신천지 관계자 선고, 잇따라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