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3년째 '복붙'한 포스코..작업 위험 알고도 개선은 뒷전

우한울 2021. 1. 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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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 피해자 중에는 끔찍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우 뿐 아니라 일터의 유해환경으로 질병을 얻는 근로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서 산재로 인정받기가 힘든데요.

KBS가 국내 언론 최초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어떤 일터에서 암 발병률이 높은지, '직업성 암' 을 분석해봤습니다.

우한울 기잡니다.

[리포트]

제철소의 심장 용광로.

철광석에서 순수한 쇳물을 녹여냅니다.

용광로를 달구는 연료, 코크스는 석탄을 태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COE라는 발암물질이 배출됩니다.

미국에선 세제곱미터당 0.15밀리그램을 허용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직업성 암'을 호소한 근로자 상당수가 여기서 일했습니다.

[김형석/포스코 퇴직자/폐암 환자 : "우스갯소리로 까만 나라, 하얀 나라, 빨간 나라 이 3가지 나라가 있습니다, 회사 안에. 까만 나라는 어디를 지칭하느냐. 코크스 공장."]

문제의 코크스 공정을 포스코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포스코가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2018년부터 3년치입니다.

"밸브 조작 때 화학 물질이 샐 수 있다"는 평가.

2018년 내용이 이듬해도, 그 이듬해에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포스코 관계자 : "(3년째 개선이 안 됐다고 저희들이 보기에는 그렇거든요. 수치로만 보면?) 개인 보호장구라든가 그런 거를… 그 다음에 교육을 통해서 계속 유지해 나가는 거죠."]

유해물질 위험을 마스크와 장갑 착용 등 근로자 책임으로 돌린 겁니다.

[포스코 관계자 : "설비 개선이 있으면 그게 딱 떨어질 건데 설비 개선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위험성 평가의 신뢰도도 의문입니다.

2018년 보고서, 정체불명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촨기', '정정'.

문맥상 '환기'와 '정전'의 오타인데, 3년째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내용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복사해서 붙였습니다.

[포스코 관계자 : "시스템적으로 '변동 없음'을 클릭하게 되면 전년도에 취했던 안전조치를 올해도 취하고 내년에도 취하고, 똑같은 문구가 반복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포스코는 작업 현장의 위험을 4M, 네가지 유형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관계자 : "맨, 머신, 미디어, 매니지먼트 그렇게 있습니다. (미디어면 뭐를 얘기하는 거죠?) 매체라는 개념인데요. 물질들. (물질들? 환경요인들?) 그렇습니다."]

그러나 480여 개 공정 중에 미디어 유형으로 분류된 건 없었습니다.

상당수가 사람, 즉 근로자 행동을 위험 요인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작업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업주가 일터의 위험을 평가해 정부에 보고하는 것은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개선 의무는 없습니다.

포스코 코크스 공정 위험성 평가 483개 중에 29%가 3년째 방치됐습니다.

특히 작년엔 재작년 평가를 70% 가까이 그대로 옮겨왔는데, 45개 항목은 위험도 9 이상, 중대한 위험이었습니다.

[박영만/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현장을 개선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거기에 나온 것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시정을 하라고 권고하는 거고…"]

포스코는 "일부 공정에서 위험도를 유지한 건 근로자 경각심을 높이려 한 것"이며, "위험성 평가는 법에서 정한 원칙대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여동용

우한울 기자 (wh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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