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못 받아 추석 못 쇘는데 설까지.."
<앵커>
경남에 있는 한 화력발전소에서는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거리로 내몰린 건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까지 끊겼기 때문인데,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만 400여 명에 이릅니다.
어떤 사연인지,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고성 삼천포 화력발전소 앞.
크레인과 중장비가 작동을 멈춘 채 늘어서 있습니다.
발전소 측은 지난 2019년부터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시설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김상훈/한국노총 경남크레인지부장 : 이달까지 연체 이자료 못 내면 장비를 가져간다는 캐피탈 연락도 받았고. 체불 문제로 추석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설까지 이렇게 못 쉬게 하고 있으니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400여 명, 이들과 협력사가 받지 못한 돈은 25억 원에 이릅니다.
[이준영/용접 노동자 : 신용불량이 된 것은 당연한 상태고요. 어디 일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건 발전소 측과 공사업체 사이의 다툼 때문입니다.
발전소 측은 공사 지연과 하자 문제를 들며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담당자 : 잦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정지연과 부실시공으로 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공사대금은 공정률에 비해 선금으로 공사비를 많이 지급했기 때문에….]
하지만 공사업체는 코로나19 특수상황에서 외국 장비와 기술인력이 들어오지 못해 공사가 지연된 거라고 주장합니다.
[박윤호/공사 수주업체 담당자 : 납기 연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8월분 공사비에 대해서는 받지 못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백억 원을 더 들여서 신규 사업자로 사업을 수행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발전소 측은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기기 위해 새로운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공기 단축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설 앞둔 노동자들의 어려운 사정부터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진)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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