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법관 탄핵 논의..법조계 "무죄 나왔는데 가능한가?"
【 앵커멘트 】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사에 대해 여권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함께, 실제로 탄핵이 가능한지. 법조팀 임성재 기자와 뉴스추적하겠습니다.
【 질문1 】 임성재 기자, '사법농단' 재판이 임성근 판사에 대해서만 국한된 게 아니잖아요. 재판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 기자 】 검찰은 2019년 초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전·현직 법관 10여 명을 재판에 넘겼죠.
최근 1·2심 선고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줄줄이 무죄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29일)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기밀을 수집해 누설한 혐의를 받은 신광렬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결론적으로 사법농단 연루 판사 10여 명 중 절반 가량이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양승태 대법원장 등 남은 핵심 피고인에 대한 법원 판단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질문2 】 말 그대로 '사법농단'이라고까지 명명되면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서 줄줄이 무죄가 나오고 있는 건데, 왜 논란이 되는거죠?
【 기자 】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지만, 각 재판부가 당시 행위에 대해 "위헌적 부분이 있다"거나 "반성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 사례인데요.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신광렬 부장판사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법원 내부에서 이런 사태에 대처할 정도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법원 모두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질문3 】 '형법상 처벌은 어려운데, 헌법상 가치를 어긴 부분이 있다' 이렇게도 읽히기도 하는데요. 결국, 여권을 중심으로 '탄핵론'이 불 붙고 있죠?
【 기자 】 여권에서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탄핵 소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 개입은 탄핵 대상에 해당한다며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홍정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그제) -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틀에 걸친 정책의총을 마친 후 헌법 위반 판사 임성근의 탄핵 소추 발의를 허용한다고…."
이낙연 대표도 "사법체계를 수호해야 할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묵과하고,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한다면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질문4 】 초유의 '법관 탄핵'이 거대 여당을 중심으로 적극 추진되는 분위긴데, 실제 이뤄질 수 있나요?
【 기자 】 이르면 다음 달 초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이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 소추안 발의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이 가결 정족수 151명에 넘기 때문인데요.
절차를 살펴보면, 법관 탄핵 절차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안 결의, 헌재 탄핵 심판 등 순서로 이뤄집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수를 고려해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질문5 】 하지만, 국회에서 추진되는 탄핵 소추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죠?
【 기자 】 임성근 부장판사가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임 부장판사는 오는 3월 1일이면 현직 법관이 아닌 신분이 되는데요.
여권에서 탄핵 소추에 속도를 낸다고 해도 사실상 전직 공무원 신분으로 헌재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전직 심판 공무원 사건을 심리한 적이 없기 때문에 탄핵 소추가 이뤄져도 '각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분명하다"면서도 "예정된 퇴임 일정 등을 고려하면 헌재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질문6 】 법조계에선 탄핵 시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던데, 그건 어떤 취지입니까.
【 기자 】 재판부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사안에 대해서 탄핵을 시도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건데요.
어제 임 부장판사와 별개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무죄 판단을 받은 신광렬 부장판사의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신광렬 / 부장판사 (어제) - "(임성근 부장판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이라는 것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현재 그 사건은 기소가 돼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사 판결에 따라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법원 관계자는 "탄핵 소추는 정치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탄핵을 추진하는 건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야권에서도 '법관 탄핵'은 여권의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냐, '사법부 길들이기'냐로 사안이 번지는 분위기인데, 남은 사법농단 재판 경과와 함께 국회에서 진행되는 탄핵 논의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법조팀 임성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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