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약·살균제·생선.. 예상치 못한 사이에 '중금속 중독'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평소의 생활 환경 속에서 매일같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 요소를 간과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금속’이다.
과거에 중금속 중독은 관련 물질을 다루는 공장 등에서 발병하는 직업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중금속에 노출ㆍ축적돼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 먼지에만 해도 납ㆍ아연ㆍ카드뮴 등 중금속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금속 중독은 왜 발생하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는 중금속 노출
중금속 중독은 중금속염이 체내에 흡수ㆍ축적돼 생기는 중독이다. 중금속은 비중이 4~5 이상인 금속을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것이 많다. 대표적인 중금속으로 수은ㆍ납ㆍ카드뮴ㆍ비소가 있다. 최근에는 알루미늄ㆍ코발트ㆍ크롬ㆍ니켈ㆍ리튬ㆍ바나듐ㆍ안티몬 등도 주목받고 있다.
중금속은 음식 섭취나 생활 환경, 황사와 미세 먼지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다. 주로 수은은 방부제ㆍ석유제품ㆍ염색약ㆍ살균제ㆍ생선 등을 통해 노출된다. 납은 산업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므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노출된다. 또한 카드뮴은 페인트ㆍ배기가스ㆍ도금제품ㆍ배터리 등을 통해, 비소는 목재보존재ㆍ농약ㆍ염료ㆍ토양ㆍ오염된 토양의 식품을 통해 노출될 때가 많다.
중금속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높은 활성도의 산화 및 환원 반응을 통해 독성 작용을 나타낸다. 쉽게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어 관련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중금속에 급성 노출되면 비교적 원인과 증상이 명확하므로 즉시 해독 치료 등의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간 동안 저농도 중금속에 노출됐다면 비특이적 증상으로 인해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만성 중독은 서서히 진행되며 인지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거나 다음 대(代)에 기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검사로 중금속ㆍ미네랄 농도 알 수 있어
중금속 중독에 따른 증상으로는 빈혈ㆍ신경병증ㆍ피부 질환ㆍ호흡기 질환ㆍ간 손상ㆍ발달 지연ㆍ소화 장애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중금속 노출에 의한 가능성을 의심해 보고, 관련 검사를 통해 노출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의료기관에 가면 ‘혈중 중금속 및 미네랄 13종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검사는 수은 납 카드뮴 비소 코발트 크롬 니켈 셀레늄 몰리브데늄 구리 아연 망간 등 13종의 중금속과 미네랄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최근 수개월간 장기적인 중금속 노출과 미네랄 섭취를 평가할 수 있다.
혈중 중금속 및 미네랄 13종 검사는 급ㆍ만성으로 중금속에 노출된 사람이나,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중금속 중독 선별 및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치료 목적의 시술 등 의학적 노출이 됐거나, 중금속 노출과 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을 때에도 검사가 권장된다.
미네랄의 경우 신체 내 모든 기능 활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결핍 시 성장 지체ㆍ학습장애ㆍ만성 피로ㆍ골다공증 등이 생길 수 있기에 보충제를 섭취할 때가 많다. 하지만 과다 섭취하면 역으로 심각한 독성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미리 검사해 미네랄 수치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중금속 노출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적합한 안전성 평가를 거친 식품 및 생활용품을 섭취ㆍ사용해야 한다. 특히 편중된 어류 섭취를 할 경우 수은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평소 다양한 음식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중금속은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도 좋은 예방법이다. 또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 KF-94, KF-80 등 미세 먼지 차단 효과가 확실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아람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급성 중금속 중독과 달리 만성 중독은 일상 속에서 낮은 농도의 중금속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하므로 서서히 진행되고 증상도 조금씩 나타나서 진단이 쉽지 않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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