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와 치킨, 정말 어울릴까? [명욱의 술 인문학]
그렇다면 왜 레드 와인에는 육류 요리, 화이트 와인에는 생선류 요리라고 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화이트 와인에는 산미가 있는데, 이것이 마치 생선요리에 뿌리는 상큼한 레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육류 요리에는 잡내를 잡기 위해 향신료가 필요한데, 레드 와인이 가진 스파이시한 향과 맛이 이러한 향신료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진한 소스로 조리한 생선요리는 굳이 레몬이 필요 없다. 이러한 생선요리는 화이트 와인과 잘 안 맞는다. 육류 요리도 마찬가지다. 닭고기와 같은 흰 살코기 요리에는 오히려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술과 요리의 궁합은 어떨까? 우선 한국인의 솔 음식인 치킨. 치킨 하면 생각나는 술은 바로 맥주다. 치킨과 맥주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맥주의 탄산감이 치킨의 기름진 맛을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음료 속의 탄산은 자극이 강해 다른 맛을 잘 못 느끼게 한다. 예컨대 탄산이 다 날아간 콜라는 기존 콜라보다 더 달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로 맛이 달아진 것이 아닌, 탄산이 빠짐으로써 진짜 단맛이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생맥주의 탄산은 치킨의 기름진 맛을 못 느끼게 해 치킨을 더욱 맛있게 한다. 그래서 치킨과 맥주는 어울린다고 한다.
한편 스파클링 와인과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파전이다. 파전 역시 기름기가 많은 음식. 이러한 기름기를 스파클링 와인의 탄산이 잡아주고, 젓가락을 사용해서 손에 기름이 묻을 일이 없다. 그래서 병을 들고 잔에 따라 마시거나 따라 주는 것이 편안하다.
결국, 술과 음식의 궁합은 맛과 맛의 조합도 있지만, 술잔과 식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참고로 치킨과 맥주의 궁합은 건강상 안 좋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지나친 알코올과 지방의 섭취는 지방간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치맥(치킨+맥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치맥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 학과 겸임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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