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책임 큰 선진국들, 아프리카 에너지 전환엔 '나몰라라' [세계는 지금]
화석연료→ 재생에너지로 전환 비용 막대
기술·자본 부족한 상황서 혼자론 힘들어
선진국들 돕겠다고 하면서 지원엔 인색
석유·가스 아프리카 경제에 큰 비중 차지
개발 포기 땐 선진국들이 비용 지불해야
케냐 언론인 "일반 국민 기후변화 둔감
정부는 파리협정 이후 문제 심각성 인식"
화석연료 리스크, 이자 반영돼 부채 증가
10년간 기후위기 취약해 68조 추가 이자
"기후 프로젝트 한해 대출 이자 경감해야"
케냐는 2016년 12월28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이라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습니다. 우리의 NDC는 전적으로 외국의 지원을 조건으로 한 것임에도 지금까지 시행된 것들은 국내 자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오늘 제출하는 케냐의 새 ND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32%를 감축하는 진전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는 데 620억달러(약 68조5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NDC와 달리 이번에는 케냐 예산 13%를 반영했습니다만, 87%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2020년 12월24일
케냐 환경산림부 케리아코 토비코 장관 드림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 과제에서 핵심은 기후변화 주범인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새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시선을 아프리카로 돌려보자. 1년 365일 햇빛이 쏟아지는 광막한 사막이 있다. 사막의 4%에만 태양광을 깔아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도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석유는 원리금 회수가 어려운 ‘좌초자산’이 된다고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좌초자산이 산업 한두개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동시에 이들도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케냐가 UNFCCC에 보낸 서한은 이런 고민 끝에 나왔다.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국제사회에 도움의 손을 요청한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나라가 많다. 극한 기상이 일어나면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아프리카를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는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둔감하다니 뜻밖이었다.
“인권유린, 내전, 10대 임신, 기아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교육받은 사람들조차 온실가스 같은 용어는 외국 문제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다만, 정부는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가 분쟁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지난 5일 카메룬 출신의 아프리카 유명 법무법인 대표인 엔제이 아유크는 현지 언론에 ‘왜 아프리카가 서구 온실가스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느냐’며 에너지 전환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값싼 화석연료를 놔두고 막대한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아프리카는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무이루리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값싼 화석연료’라는 표현에는 의문을 표했다.
아프리카의 화석연료 의존은 환경에만 부담되는 게 아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변화하지 못하고 계속 취약한 상태로 남게 되면 리스크가 이자에 반영돼 부채 부담이 늘게 된다.
무이루리가 지난 8일 가디언에 쓴 기사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영국 임페리얼 비즈니스 스쿨과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후위기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아프리카는 620억달러(약 68조4000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10년 동안에는 이자 비용이 1460억∼168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독자적인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의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지난 11일 영국 BBC방송은 한 연구를 인용해 “아프리카가 에너지 부문에서 립프로깅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2030년이 돼도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6%에 머물 것”이라며 “발전소 건설 계획은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아프리카는 그나마 상황이 좋아서 건설 계획의 91%가 제대로 추진되지만 동부나 중앙 아프리카는 성공률이 각각 71%, 52%에 머문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겠다고 하면서도, 대체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아프리카가 매장된 화석연료를 포기한다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말이죠, 말이야 쉬운 것 아니겠습니까.”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