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NBA]그래서 코비의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
미 프로농구(NBA)의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는 작년 1월 27일 탑승해 있던 전용 헬기가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 인근 산비탈에 충돌하며 목숨을 잃었다. 헬기에는 브라이언트를 비롯해 그의 둘째 딸 지안나와 지안나의 중학교 농구팀 동료, 조종사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도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
1년이 지났지만, 브라이언트 죽음의 책임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의 아내 바네사 브라이언트는(39)는 현재 헬리콥터 회사와 조종사를 ‘부당 사망’으로 고소했다. 그 헬리콥터 회사는 또 관제소를 고소했다. 본지가 외신 보도와 현지 수사당국 발표 등을 종합해 복잡하게 진행중인 코비의 사망 책임 규명 과정을 살펴봤다.
◇헬리콥터 기사의 잘못?
미국 국가교통위원회(NTSB)는 작년 2월 사고 최초 보고서를 통해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이유를 ‘헬기 조종사 아라 조바얀의 조작 미숙’이라고 밝혔다.
NTSB에 따르면 당시는 많은 구름이 시야를 가리는 날씨였다. 조종사 조바얀은 코비와 일행을 태우고 상승하다 구름과 마주친 후, 2300피트(약 701미터) 높이에서 급속하강하며 언덕으로 좌회전했다. 헬리콥터는 곧바로 시속 184마일(약 시속 296km/h)이 넘는 속도로 언덕을 강타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 급속 하강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NTSB가 작년 5월 추가로 발표한 보고서는, 조바얀이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 비행 고도를 낮췄을 거라 추정한다. 평소 조바얀은 창밖에 보이는 지형지물을 바탕으로 운전하는 ‘시계(視界) 비행 방식’에 익숙한 조종사였다. 그래서 구름이 없는 곳까지 무리하게 내려오던 중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1991년산 ‘S-76′ 헬기에는 지형 회피와 경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흐린 날 사용해야 하는 ‘계기 비행 방식’(조종실 시스템으로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비행 방법)에 미숙했다는 조바얀이 안개를 피해 하강하다 앞을 못보고 언덕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네사 브라이언트와 다른 헬기 사망자의 유족들은 작년 2월 헬기회사 ‘아일랜드 익스프레스’와 사망한 조종사 조바얀을 고소했다. 바네사의 고소장에는 " 조종사 아라 조지 조바얀은 잘 보이는 날에만 헬기 비행할 자격이 있었다”며 “(코비가 타고 있던)헬기가 구름과 안개를 뚫고 비행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작년 9월에는 조바얀을 고용한 조종사 회사 ‘OC헬리콥터’를 추가로 고소했다. OC헬리콥터는 “우리도 사고에 대해 슬픔을 느끼지만,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밝혔다.
◇헬리콥터사 “관제사가 문제”
작년 8월 ‘아일랜드 익스프레스’는 당시 관제탑에서 근무했던 관제사 카일 라르센과 매튜 콘리를 고소했다. 코비의 사망이 이들의 ‘실수와 누락’에 의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소장에 따르면 조바얀이 비행 당시 통신하던 관제사 라르센은 조바얀의 관측 관련 요청을 거절했으며, 헬리콥터에게 제공되는 레이더 서비스를 끄는 ‘틀린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고는 라르센이 레이더 서비스를 종료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조바얀은 사고 당시 헬리콥터가 레이더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써 있었다. 조바얀이 레이더에서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비행하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또 라르센은 콘리와 근무를 교대하며 조바얀의 헬기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제소의 책임이라는 데에 회의적이다. 30년 간 NTSB에서 사고 분석가로 근무한 톰 하우터는 ESPN에 “관제소는 헬기가 다른 헬기와 격추되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라며 “헬기가 지형지물을 피하는 것 까지는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은 걸릴 전망이다. 두 고소 사건은 모두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으로 이첩 됐다. 미국의 법 절차에 따라 두 관제사의 근무 태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우선해야 한다. 오는 4월 두 관제사에 대한 해고가 기각되면 코비 브라이언트 사망 사건은 주 법원으로 다시 이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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