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롤렉스는 되고 바이든의 롤렉스는 안 된다?
"미국 분열 치유 쉽지 않으리라는 징후" 분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난데없는 그의 손목시계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그가 취임식 날 7,000달러(약 770만원) 상당의 스위스 고가 브랜드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 모델을 착용한 사실을 조명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뜨거웠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롤렉스 시계를 별도의 기사로 다룬 NYT를 향해서는 "언론이 쓸모없는 스캔들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중은 시계로 정치인을 판단한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를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은 스위스제 롤렉스를 착용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강화를 위해 미국 기업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한 것과 그의 손목시계를 연관 지은 것입니다.
통신은 "역대 미 대통령들은 취임식 때 저가의 자국산 손목시계를 차는 경우가 많았다"며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 날 롤렉스 시계를 선택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고 덧붙였어요.
앞서 22일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롤렉스 시계를 "최근 역대 대통령들이 선택한 전형적인 모델과는 다르다"고 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대통령들의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브랜드 타이멕스의 디지털 손목시계 아이언맨을 착용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0달러(약 5만원)가 채 안 되는 타이멕스 인디글로 모델을 애용했다고 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조그 그레이 시계를 차고 다녔는데 당시 가격은 50만원대였다는데요.
"패션의 작은 부분까지 낱낱이 해부되는 시대에 (대중은) 정치인들은 평범한 미국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 게 보편적"이라는 게 NYT의 판단입니다.
바이든 말고도 비싼 시계 찬 전직 대통령 많은데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트 정치인이면서도 소탈한 인간미를 갖춰 '조 아저씨', '보통사람 조' 등의 별명을 지녔습니다.
이에 따라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롤렉스 브랜드 제품 중 대중적 모델에 속하는 제품을 착용했다"면서도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이든 대통령의 검소한 이미지나 미국 제조업 부흥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내렸죠.
한국에서도 서민 이미지가 강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초 덴마크 브랜드 린드버그의 모르텐 안경테를 착용한 것을 두고 고가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문 대통령은 당시 6년 넘게 사용한 이 안경테를 새 제품으로 바꾸면서 국산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미국 진보층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손목시계 관련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패션매체 에스콰이어는 "고가 손목시계를 찬 대통령은 바이든뿐만이 아니다"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린든 존슨 등은 롤렉스 시계를 즐겨 착용했다"고 전했는데요.
특히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즐겨 착용한 파테크 필리프, 바쉐론 콘스탄틴 등 고가 브랜드 제품의 사진과 가격을 게시하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찼던 롤렉스의 데이데이트 모델 가격은 4,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외신들은 일부 누리꾼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손목시계 가격을 트집 잡은 것을 '미국의 깊은 분열이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 중 하나'로까지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미 언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리기에 집중하던 데서 벗어나 대통령의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인 손목시계를 논란 대상으로 삼은 것을 '미국 사회의 정상화'로 해석하기도 했는데요. 미 CNN방송의 정치평론가 애나 나바로는 "우리는 바보 같고 쓸모없는 시계와 관련된 뒷말을 다루던 '좋았던 그 옛날'로 돌아왔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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