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훔쳐도 절도죄로 체포할 수 없는 이유?(feat. 삼국지 장간)

남민준 변호사 입력 2021. 1. 30. 16:53 수정 2021. 1. 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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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47

[편집자주] 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마음을 훔쳐도 절도죄로 체포할 수 없는 이유?? 당연하지만 이론적으로 접근해 봅니다, 장간과 함께!
연의에 아주 짤막하게 등장하지만 의외로 많은 소재를 제공하는 장간이 오늘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간자로 오군에서 주유의 대화를 엿 듣기도 했고 주유 몰래 편지를 읽기도 했던 장간입니다.

장간의 의도와는 반대로 주유는 장간의 정체를 알고서 일부러 대화 내용을 흘리고 엉터리 내용의 편지를 보게 하여 장간을 역이용한 것이었죠.

주유가 애초에 일부러 장간으로 하여금 편지를 보게 했으니 장간이 주유가 소지한 편지를 본 것이 죄는 되지 않겠지만,

정말 주유가 몰랐고 장간이 주유의 편지를 읽어 그것을 조조에게 전달하였다면 정보를 훔친 행위라 절도죄로 처벌 받을까요?

오늘은 절도죄에 관해 몇 가지를 살펴 볼까 합니다.

① 장간이 편지를 읽어 그 내용을 조조에게 전달한 것이 절도죄가 될 수 있을까요?

근무하던 회사에서 이직하며 회사의 보안서버에 저장된 중요한 기술을 저장매체에 담아 간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할까요?

결과부터 적자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였을 때 성립하는 것이고 “재물”이란 관리가능한 유체물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편지의 내용이나 보안서버에 저장된 기술에 관한 내용은 모두 정보에 해당합니다.

관리가능성은 있지만 위와 같은 정보를 ‘유체물’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그래서 ‘정보를 빼가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정보를 빼가는 행위는 항상 처벌 받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순수하게 정보만을 빼가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고,

정보만을 빼 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보안서버에 있는 내용을 회사의 종이로 출력하거나 회사의 USB에 담아 간다면, 종이나 USB에 대한 절도죄가 될 수 있습니다.

② ‘필자 양반, 그깟 종이 한 장이 얼마 한다고? 절도죄의 객체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오?’라고 물으실 수 있겠네요.

절도죄의 객체는 반드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소유자에게 가치가 있는 것으로 족합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실미도에서 배우 설경구가 소지하고 있던 ‘어머니의 흑백사진’은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걸 훔칠 필요도 없습니다만, 적어도 영화 속의 인물에게는 ‘세상에 하나 남은 어머니의 사진’이기 때문에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관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 든 사진도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절도죄와 사기죄의 경계선에 관해 살펴 볼까요?

아무래도 영화 ‘꾼’ 얘기를 해야겠네요. 하나의 장면에 절도죄와 사기죄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춘자가(배우 나나) 금은방에서 목걸이를 보는 척 하면서 주인 몰래 목걸이를 슬쩍 챙기는데 좀 있다 배우 배성우, 안세하가 들어 와서 목걸이를 슬쩍 챙긴 춘자를 체포하는 척 하면서 증거물로 목걸이를 챙기고 나간 후, 셋은 차에서 목걸이를 보면 낄낄대며 얘기를 나눕니다.

편의상 행위를 나누어 그 결론부터 적자면, i) 춘자가 목걸이를 슬쩍 챙긴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고 ii) 배우 나나, 배성우, 안세하가 증거물인 것처럼 주인으로부터 목걸이를 받아 나온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어떤 차이 때문에 절도죄와 사기죄로 나누어 졌을까요?

‘속였잖아요~’라고 답하실 분도 있으시겠네요. 그렇게 본다면 춘자(배우 나나)도 목걸이를 보는 척 하면서 주인을 속였으니 사기죄라고 해야 할까요?

가장 큰 차이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입니다.

춘자가 목걸이를 챙기기는 했지만 금은방의 주인은 춘자에게 ‘그 목걸이를 가져 가도 좋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기에 춘자의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는데 반해,

뒤의 예에서는 금은방 주인이 배우 안세하, 배성우가 경찰인 줄 알고서 ‘(증거물로) 그 목걸이를 가져 가도 좋다’라는 취지의 처분행위를 했기 때문에 이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④ 최근에 결혼식에서 다수의 하객을 대표해 부조금을 내는 척 하면서 부조한 하객의 수 만큼 식사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 봉투를 챙겼으나 사실 부조한 돈은 식사비로 지급되는 돈 보다 훨씬 적은 돈이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돈을 냈는데(부조금) 다시 돈을(식사비) 주나요?’라고 의아해 하시기도 하시는데,

하객에게 일률적으로 갈비탕 같은 걸 제공하기 보다는 그에 상당하는 돈을 넣어 식사비 명목으로 지급하게 되면,

갈비탕이 싫은 사람은 다른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함께 결혼식에 온 지인들끼리 모여 받은 돈으로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어 사례처럼 식사비 명목의 돈을 주기도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부조금 봉투마다 5,000원을 넣은 후 ‘신랑의 회사 동료들입니다’ 하면서 30개의 봉투를 전달한 후,

식사비 명목으로 2만 원씩 들어 있는 봉투 30개를 받아 온 행위는 i) 봉투마다 몰래 15,000원을 더 챙겼으니 절도일까요? ii) 부조금을 받은 사람이 정상적인 부조금이라 착각하고서 식사비 2만 원이 든 봉투를 줬으니 사기일까요?

이미 결론을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절도나 사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여 오늘은 절도죄에 관해 간략히 살펴 보았습니다.

‘마음을 훔쳤다’고 하지만 타인의 마음은 유체물도 아니고 관리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내 마음을 훔친 저 사람’을 절도죄로 체포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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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준 변호사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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