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법관탄핵' 추진에 법원 안팎 '술렁'.."정치적 행위" 지적도
"퇴임 앞둔 시점서 실효성'있나..왜 지금 시점인지" 비판도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법원 내부에선 재임용을 포기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과, 지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오늘 의원총회에서 이탄희 의원이 (사법농단 관련) 두 분 판사 가운데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했다"며 "의원들의 탄핵 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판사는 법원도 판결을 통해 '재판독립을 침해한 반헌법행위자'로 공인한 사람"이라며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는 헌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독립을 침해한 사람을 헌법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의무이며, 국회의 직무유기로 비위 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해 전관변호사로 활약하거나 다시 공직에 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에선 즉각 "법원 길들이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임 부장판사가 이미 재임용을 포기한 만큼 탄핵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여당의 사상초유의 '법관탄핵'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도 술렁이는 모양새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사실상 다음달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탄핵 추진을)해야 하는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다만 1심 판결 자체는 무죄로 나왔지만 판결 이유에 (위헌) 이런 것들이 적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서 그런 부분(탄핵)에 대한 공감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2015년 3~12월 '세월호 7시간'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 청와대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임 부장판사에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재판 개입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중간 판단 요청은 그 자체로 재판 관여행위"라며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여권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법원에서도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탄핵안도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부에선 탄핵 추진 자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보다 실제 탄핵 요건이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현재 특정 판결들로 인해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과, 반대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차원의 이야기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탄핵 사유가 실체적으로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선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여권이 정치적인 차원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것을 뻔히 알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택도 없는 정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탄핵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라며 "(여권에선)통과시키는 것 자체의 효과를 생각하는 것 같다. 본안으로 가도 인용이 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처리되면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법관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다. 다만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심판에 회부되지 못하고 사전심사에서 각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임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10년마다 신청하는 판사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2월28일자로 임기가 끝날 예정이다.
한편 이탄희 의원은 다음달 1일 발의를 목표로 의원들로부터 탄핵안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다.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100명은 물론, 가결 의결정족수인 151명까지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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