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새 경험을 창조한 '킬러앱' 알아야 미래 보인다..'넥스트 킬러앱'

세종=박정엽 기자 2021. 1.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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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킬러앱(Next Killer-App)
: 팬데믹 이후, 앱 패권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 조원경 지음ㅣ쌤앤파커스ㅣ336쪽ㅣ1만7000원

"너 또 핸드폰(스마트폰) 하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많이 쓰는 이 표현을 보면,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란 상품명 자체가 서술어로 쓰이고 있다. 쇼핑 대상을 둘러보다 저장해두고, 영상 메시지를 이용해 친구의 의견을 묻고, 검색해 가격을 비교하고, 중간에 직장 상사가 시킨 일을 처리하고, 다시 아까 보던 상품을 결제한 뒤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이런 것들이 뒤섞인 행동을 ‘스마트폰(휴대폰) 하다’ 외에 표현으로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다’라는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 중국에도 한국과 비슷하게 ‘스마트폰하다(玩手机·왈쇼우지)’라는 표현이 있단다.

이처럼 직접 ‘서술어’가 된 상품과 서비스들이 늘고 있다. 구글링하다, 이메일하다, 엑셀하다, 카톡하다, 줌하다······. ‘넥스트 킬러앱’의 저자 조원경씨는 이런 상품과 서비스를 묶어 ‘킬러앱’이라고 부른다. 본디 미국의 래리 다운스(Larry Downes), 춘카 무이(Chunka Mui)가 함께 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책으로 대중화된 개념이다. 이들은 IT업계에 한정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입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조씨는 이 개념을 확장해 ‘특정한 기술의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 기능’으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에 전기의 킬러앱은 ‘전구’였다는 식이다.

킬러앱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체험을 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확보해 새로운 체험을 추구하는 행동을 대중화시킨다. ‘○○하다’라는 서술어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저자는 금속활자, 증기기관, 자동차, TV, 전화기, PC도 이런 맥락에서 ‘킬러앱’의 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컴퓨터 시대 이후. 저자가 본격적인 사례로 제시하는 킬러앱은 ‘엑셀’의 조상격인 ‘비지칼크(VisiCalc)’다. 동호회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초기 컴퓨터를 사업가들이 사들이기 시작한 이유가 된 소프트웨어다.

‘비지칼크’는 컴퓨터 대중화의 문을 연 애플2 전용 재무 스프레드시트(Spread Sheet) 소프트웨어다. 댄 브리클린(Dan Bricklin) 등이 1979년 출시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재무 스프레드시트를 자동화해 업무시간과 오류를 대폭 줄였다. 금융업계가 주목했고, "컴퓨터를 소유하기 위한 충분한 이유"라는 평가가 나왔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2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후에는 이 프로그램 개발자가 독립해 만든 또다른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 로터스1-2-3가 인기를 끈다. 로터스1-2-3는 1983년 IBM PC에 탑재돼 출시되면서 애플2와 비지칼크를 삼켜 말그대로 킬러(Killer) 앱이 됐다.

저자는 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기술공룡들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맞춰 킬러앱을 찾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거나 언어 장벽으로 활용 빈도가 떨어졌던 해외 서비스도 꼼꼼히 소개하면서 킬러앱의 현재와 미래를 쉽게 설명한다.

기획재정부에서 주요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업무를 담당했던 국제경제통이자, 현재 울산광역시에서 미래 경제생태계를 일구는 경제부시장 다운 전문성이 드러난다. ‘엑셀’ 없이 못 사는 기재부 출신답게 킬러앱을 설명하면서 재무 스프레드시트를 워드·이메일·인터넷브라우저보다 앞세운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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