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샤넬은 더 비싸졌다

김희영 밸류챔피언코리아 애널리스트 2021. 1. 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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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샤넬과 유니클로 비교분석, 가격 인상 추이와 패션업계의 양극화

2020년 5월 명품 브랜드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소비가 많이 줄어든 탓에 패션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모든 패션업계가 같은 타격을 받았을까? 명품 브랜드 샤넬과 대중 브랜드 유니클로 비교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가격 인상률 추이와 패션업계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샤넬 평균 17% 올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시대를 뛰어넘는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다. 샤넬은 매년 3~4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은 오히려 가격을 올릴 때마다 더 인기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른바 ‘코시국’에서 샤넬은 어떤 행보를 걷고 있을까.

금융정보분석업체인 밸류챔피언이 15개 국가의 샤넬 주요 상품 가격변화를 비교해보니 평균 가격 인상률이 17%로 나타났다. 15개 나라 중 호주가 35%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 28%를 기록해 샤넬 가격 인상폭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중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도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2%에 그쳤고, 미국 내 샤넬 가격은 오히려 7% 내렸다.

샤넬은 환율에 따른 국가별 가격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 2019년 8월 기준 호주와 한국은 샤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였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샤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랭크됐다. 따라서 샤넬이 환율 및 가격 격차를 기준으로 인상폭을 달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샤넬은 매년 3~4차례씩 가격 인상을 강행하지만, 오히려 그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상설이 돌 때마다 들썩였다. 물건을 미리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소위 ‘백화점 오픈런’ 광풍이 가격 인상 보름 전부터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 샤넬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가장 큰 상품은 ‘2.55 플랩백’으로 1월 가격은 864만원으로 2019년 8월 대비(652만원) 31% 인상됐다. 일년 넉달 새 212만원이 오른 것이다. ‘보이백’(549만원→671만원)이 22%, ‘슬링백 미들힐’(90만원→104만원)이 15% 인상돼 가방 품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SPA(제조·유통을 일괄형 의류전문점) 매출 1위인 유니클로는 지난해 불매 운동과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밸류챔피언 애널리스트팀이 2019년 4월과 2021년 1월 두 번에 걸쳐 13개 국가 대상 유니클로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 가능한 10개의 유니클로 의류 상품을 조사해 보니 유니클로 평균 가격 인상률은 4%에 그쳤다. 샤넬 평균 가격 인상률(17%) 4분의 1도 안 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상폭은 5% 미만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더 깐깐하게 고려하고 있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니클로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샤넬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수요 증가폭에는 못 미치고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SPA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들의 이 같은 가격 인상률 차이는 패션업계 양극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니클로 평균 인상률 4%

국가별로 볼 때 한국은 유니클로 가격인상폭이 5.1%로, 13개 나라 중 세 번째로 높았다. 다만 캐나다(15.0%)를 제외하고는 태국(6.5%), 호주(4.6%), 일본(3.9%) 등 큰 차이가 없었다.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은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

상품별로는 최소 4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인상됐다. 남성 의류에 비해 여성 의류가 조금 더 비싸졌다. 하지만 샤넬 2.55백이 넉달 만에 200만원 이상 인상 조정된 것에 비하면 유니클로 인상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가격 인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명품을 구매할 때 가격이 비싸도 남들이 사면 따라 사는 성향이 강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꾹꾹 억눌렀던 쇼핑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 성향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명품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백화점 명품 매출은 2020년 3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매달 증가했다. 반면 여성 정장, 여성 캐주얼, 남성 의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패션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매달 매출이 감소했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의류를 판매하는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2년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샤넬은 수백만원의 가격 인상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소비형태는 한국사회의 빈부격차 확대와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 임금은 하위 10%보다 3.93배 많았다. 이는 4.95배를 기록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가 코로나19 사태 전에 발표된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상하위 10% 임금 격차는 더 극단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은 더 잘 팔리고, 중저가 제품은 더 안 팔리는 패션소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희영 밸류챔피언코리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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