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에 뒤통수 맞은 中企 대표의 사연

서대현 2021. 1. 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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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콕콕]
분양 받은 공공산단 부지 공장 건축 불허
울산 울주군과 3년째 소송 중 1·2심 승소
산단 분양 울산시 수년째 "해결 노력 중"
울산 울주군 상북면 주민과 불교계는 길천산단 아스콘 공장 입주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주민들이 울산시청 앞에서 개최한 반대 집회. [자료사진]
"믿고 투자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면 책임지는 것이 도리입니다. 지자체라면 더욱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울산의 한 아스콘(아스팔트콘트리트) 업체 대표 A씨(59). '아스콘 공장은 냄새 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인식 때문에 지자체와 주민 앞에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그는 울산 울주군과 3년째 소송 중이다. 울산시로부터 분양 받은 길천산단(울산 울주군 상북면) 부지에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울주군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A씨가 승소했으나 울주군이 불복해 상고 방침을 정하면서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주변에 아스팔트 밟지 않고 다닐 수 있습니까? 아스콘은 어디에나 사용되고,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지만 아스콘 공장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가 울주군과 소송까지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길천산단은 울산시가 만든 공공 산단이다. 당초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만 입주할 수 있는 산단으로 조성됐으나 분양이 저조했다. 2015년 7월 울산시는 산단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담배제조업 등 7개 제한 업종이 아니면 산단에 입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재판부 "발암물질 배출 근거 없어"

당시 아스콘 공장은 제한 업종에 해당되지 않았다. 환경부 지침상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종도 아니었다. A씨는 28억원을 주고 9600여㎡ 규모의 산단 부지를 매입했다. 대기오염 물질 저감과 민원을 대비해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주는 친환경 생산 설비도 미국에서 40억원을 주고 들여 왔다.

하지만 공장 건축 허가 업무를 하는 울주군은 산단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자 발암 물질 배출과 대기오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거부했다. 기업 입장에서 울산시는 공장을 지으라고 땅을 팔고, 울주군은 공장 허가를 거부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재판의 쟁점은 아스콘 공장이 대기오염 물질과 발암 물질을 기준치 이상 배출하느냐 여부였다. 울주군은 2심에서 '아스콘 공장 주변 환경 검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울주군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영향으로 아스콘 공장이 주변 환경에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판결문을 보면 울주군의 환경 검토서 예측 결과 아스콘 공장 운영시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24시간 평균 예측 농도는 환경 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콘 공장 운영으로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배출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신문기사와 보도자료를 근거로 한 것으로 실증적인 연구 결과는 아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장 신축 후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할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행정지도나 공장 설립 승인 취소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는 주관적 사정 만으로 건축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울산시 수년째 피해 구제 뒷짐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울산시는 당초 '업체가 적법하게 부지를 매입하고 중도금을 치른 이상 아스콘 공장 입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선 7기 출범 이후 '아스콘 공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막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이 과정에 업체 피해는 누적됐으나 울산시는 피해 구제를 미적대고만 있다.

울산시는 수년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시는 오히려 A씨에게 대체 부지를 구해 올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미포와 온산국가산단 부지를 구해 울산시에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행정적 문제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부지 매입 계약금만 날렸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노력을 했지만 대체 부지 마련이 쉽지 않다. 추후 소송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A씨는 "아스콘에 대한 나쁜 인식을 바꿔보려고 없는 기업 살림에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친환경 생산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특허를 받은 친환경 제품들은 조달청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부정적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며 "아스콘 공장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임에도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고 토로했다.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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