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박주미 "제가 임성한 작가에 선입견 있었네요"

최보윤 기자 2021. 1.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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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이 간다]
'결혼작가 이혼작곡' 이태곤 박주미 /이태경 기자

“임성한 선생님을 만나기 전엔 저도 어느 정도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어떤 분보다 격식 있고 예의 있고….”

배우 박주미가 손사래를 쳤다. 임성한 작가의 6년만 복귀작인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으로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다지만, 알려졌다시피 임 작가는 흔히 말하는 ‘막장 대모’. 부담감은 없었을까. “처음에 캐스팅 전화를 받고 선생님이? 나를?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사피영. 한 번도 피영이란 이름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요. 독보적이잖아요. 왜 그렇게 가정에 최선을 다하려는지, 그러한 캐릭터도 좋았고요.”

30일 방송될 '결혼작가 이혼작곡' 3회 속 박주미 이태곤 /지담 미디어 제공

박주미는 임성한의 ‘믿음’을 믿었다 했다. “선생님은 캐스팅할 때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시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타난다'더라구요. 항상 그러셨다고. 사실, 보통 배포로는 그럴 순 없는 거잖아요. 조급해질 수도 있는데, 그만큼 작가님의 선택에 대해 자신이 있으신 거죠. 그 믿음에 배우들은 더 잘하려고 할 수밖에 없게 되고요. 연기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걸 선생님이 알아보셨구나, 한을 풀 수 있겠구나 하는 촉이 왔어요”

1992년 데뷔한 박주미는 지난 2016년 ‘옥중화’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이번 작품으로 다시한번 주역을 맡았다. ‘옥중화'에서 주인공 정난정을 맡을 당시 말투 등으로 초반 ‘연기력 논란'을 빚었던 바 있다. 마지막 “벼랑 끝에 있다”는 극 중 대사처럼 자신을 쏟아내며 연기논란을 극복했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박주미에게도 이번 작품은 자신의 연기인생 30년을 걸고 나선 ‘도전'이기도 했다. 임성한은 과거 ‘생짜 신인’ 이태곤을 ‘하늘이시여’(2006) 주연 발탁하면서 “하고픈 대로 놔두면 잘할 배우”라며 성격까지 꿰뚫어 보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와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수줍음도 많으시고 많이 베풀어주세요. 어떤 분보다 격식 있고요. 밥 먹는 자리에서도 돈 내려면 절대 못 내게 하시고, 선물도 절대 안 받으세요. 제가 극 중 라디오 PD 역할이어서 라디오 PD 만나 직업적인 얘기 같은 걸 들어보라 하셨어요. 그 직업에 파고들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선생님과 함께할 식사 자리가 있어 제가 계산하려고 하니 선생님 측에서 절대 계산하면 안 된다 하시는 거에요. 임성한 선생님께서 연습실 오실 때마다 과일이랑 먹을 것도 엄청 많이 싸들고 오시거든요. 그렇게 많이 챙겨주세요.”

2회에서 박주미는 어머니 역의 이효춘에게 거의 10분 넘게 속풀이를 한다. 바람 핀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를 외롭게 만들어 그런 짓을 하게 한 것도 어머니에게 일견 책임이 있었고, 남편 대접 안 하고 무시해 집안에 마음 둘 곳 없게 했고, 그렇게 집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아버지가 결국 딸을 보러왔다 비명횡사 했다는 내용.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바람피운 아버지보다 천륜을 끊고 그렇게 만든 어머니를 원망하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왜 그렇게 완벽한 아내, 며느리를 연출하는 데 집착했는지에 대해 토설한 것이다. 박주미에게 돌아올 화살에 대한 복선으로 보였던 장면이다.

지담미디어

“저도 ‘막장’에 대해 걱정을 안 했던 건 아니에요. 사실 현실이 더 막장이다, 이런 얘긴 정말 익숙하잖아요. 저희가 요즘 말마따나 점점 더 독해지는 ‘마라맛’ 작품에 익숙해져서 더 독해야 새로운 것 같은 게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선생님 초창기 작품을 떠올려보세요. ‘보고또보고’ 같은 작품 좋았잖아요. 저항할 수 없게, 누구도 쉽사리 대거리를 걸 수 없게 필력으로 끌고 가시는 힘에선 정말 선두에 서 계시다고 생각해요.”

중저음의 그녀는 분노를 폭발시키기보다는 눌러내는 쪽을 택했다. 증오의 불꽃은 차가운 경멸 속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사피영. 작가의 의도는 모르지만, 사랑(혹은 사람)의 그림자(皮影) 일수도 있고, 죽음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반대로 사랑(혹은 죽음)이 피어오르는 것을 형상화한 이름일 수도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모녀의 설전 속에 피었다 지는 여자의 일생.

작품 속 사피영과 비교하면 현실 속 결혼 20년차 워킹맘 박주미는 어떨까. 방송에선 가족 공개를 거의 안했지만, 일부 방송서 드러난바에 따르면 ‘털털한 주부’ 박주미에 알콩달콩 사는 부부이자 두 아들 덕에 ‘복식호흡’을 절로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극중 이시은(전수경)이 “사랑 끝나면 정으로 사는 거다. 다 그렇게 살았다”는 말에 “남자가 한눈팔게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런 거 저런 거 감수할 생각 없으면 아예 결혼 말아야 한다”라고 받아치는 사피영의 대사에 대해 현실 주부 박주미는 어떻게 생각할까. “에이. 정과 의리로 사는 거죠. 가족이잖아요.”

결혼작가 이혼작곡 박주미 이태곤/이태경 기자 완벽한 가정을 꾸려왔던 이 부부에게도 머지 않아 파국이 다가올 듯한 분위기. 박주미는 미모 비결에 대해 "떡볶이 같은 맵고 짠 밀가루 음식 정말 좋아하는 데 촬영 전엔 최대한 안먹고, 줄이는 등 식단 조절에 신경쓴다"면서도 "실은 화장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리고 예쁘게 보이게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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