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역겨운 남조선 제품 소탕하라"..주민들, 로고 지우기 비상

김명성 기자 2021. 1. 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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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한 북중 접경지역. 총을 멘 군인이 감시견을 데리고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작년 말부터 강도 높은 한류(韓流) 단속에 나선 북한 당국이 이달 중순 노동당 제8차 대회 종료 직후 평양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남조선 제품 소탕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당대회 안전 보장을 위해 3주 가까이 봉쇄됐던 평양엔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날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보기만 해도 역겨운 남조선 것들의 제품을 단 한 개도 평양에서 보이지 않게 하라’는 지시문이 내려왔다”며 “국가보위성(국정원 격) 요원들이 가가호호 다니며 한국산 가전제품, 가구, 옷, 화장품 등이 있는지 검열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당대회 기간 살벌한 출입 통제와 각종 행사 동원으로 녹초가 된 주민들이 숨 고를 틈도 없이 들이닥친 검열로 혼비백산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비슷한 단속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가가호호 다니며 검열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북한 공안당국은 옷, 가구, 가전제품 외에 화장품의 상표·로고까지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했던 탈북민A씨는 “한국산 제품을 북한에 들여갈 땐 세관 단속 때문에 상표를 떼지만 밀수를 통해 들어가는 물품은 한국 상표가 온전한 상태로 거래된다”며 “한국 로고가 붙은 제품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평양의 대북 소식통은 “옷은 상표를 떼면 되지만 노트북, 핸드폰, TV, 밥솥 같은 전자제품과 화장품의 경우 로고를 지우는 게 간단치 않다”며 “이 점에 착안한 기술자들이 나타나 한국 로고를 중국 것처럼 바꿔주고 돈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번 단속 전에도 한국산 제품은 암시장에서 은밀하게 유통됐다. 포장 상자나 화장품 용기에 한국 제품임을 보여주는 상표와 글귀를 지우고 영어로 바꿔 거래하는 식이었다. 단속에 걸려도 “외국 제품인 줄 알았다”고 하면 눈감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외국산으로 위장한 한국 제품도 모두 적발해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월 4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류 금지법’으로 불리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는 등 최근 ‘남조선 날라리풍’ ‘자본주의 황색 바람’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해외 체류 무역 일꾼들에게 삼성·LG 등 한국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북중 국경에서 휴대폰을 통해 외부와 통화하는 주민들에 대한 검거 작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당 법무부를 신설한 것도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 법무부는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경찰청 격), 중앙재판소, 중앙검찰소 등 공안·사법기관을 지도하는 부서로, 과거 당 행정부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행정부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지휘하던 조직으로, 2013년 처형 직후 당 조직지도부에 흡수·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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