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나·박 전쟁'..이번엔 제대로 한 판 붙을까
17대 초선 동기 내리 4선도 역임도 같아
나경원 "몰염치"공세에 박영선 "갑이냐" 맞불
◆ 나경원의 선제공격…“정치인 박영선 몰염치”
불은 나 전 의원이 붙였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초선부터 같이 시작했는데 충분히 저는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이나 실력으로 서울시를 잘 구해낼 수 있다”며 “(박 전 의원과 붙는다면) 잘 할 자신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박 전 장관이 지난 26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자 나 전 의원은 기다렸다는듯 선제 공격을 개시했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건 관련 박 전 장관의 언급이 없자 이를 지적했다. 그는 “차분하게 그 한마디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정치인 박영선’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같은 여성이기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기에 짧게라도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6일 JTBC 인터뷰에서 “상처받은 분이 그동안 얼마나 마음속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 자체가 자기 스스로의 고통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당연히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과가 더 필요하면 저는 피해자, 상처받은 분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진 27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이 상처받은 분에게 사과해야 할 방법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만큼 다해야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28일에는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로 전환했다. 박 전 장관은 “최근에 야권 후보님을 보면 마치 갑의 위치에서 명령하듯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후보자 간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박 전 시장 성비위 사건)와 관련해서 저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박’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정국이었던 당시 박 전 장관은 `BBK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어가며 이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명박 대선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나 전 의원은 `BBK 의혹`과 관련해 “주어가 없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해 두고두고 회자됐다.
나 전 의원은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됐다. 이듬해 4월 박 전 장관은 중기부 사령탑에 취임했다. 박 전 장관은 그해 7월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을 예방했다. 당시 둘은 뼈있는 말도 주고 받았다. `야당의 대(對)정부 비판`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야당 원내대표가 참 쉽지 않은 자리인데, 지속적인 비판이 꼭 승리로 연결되는 것 같진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이 있느냐’에 국민들께서 방점을 많이 찍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정부 비판 방식에 대해 우회적으로 훈수를 둔 격이었다. 박 전 장관은 “(정부가) 잘하는것은 ‘잘한다’고 말씀해주시면 좀더 훌륭한 원내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나 전 의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결국 저희 비판이 국민에게 공감되는 이야기하는게 중요하지 않느냐”면서도 ”국민들과 공감되는 이야기, 국민들이 하고픈 말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야당이 해야 될 일”이라고 맞섰다.
2011년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을 때 ‘나·박’은 모두 출격했다. 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됐고, 박 전 장관도 민주당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이 박 전 시장과 단일화 결과 패배하면서 둘 의 서울시장 선거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 내 경선을 뚫어야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두 후보는 당 내 유력주자임에 틀림없다. 여야 대표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 후보가 이번에는 숙명의 대결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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