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나비 효과? 소음 산업이 뜬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34)씨는 최근 아이들 놀이용 매트를 샀다. 미혼이고 혼자 사는 이씨가 놀이용 매트를 산 이유는 “홈트(홈트레이닝) 하는데 아랫집에 피해가 갈까봐”서다. 이씨는 무소음키보드도 하나 장만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마스크 쓰고 말없이 일하다보니 일반 기계식 키보드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며 “동료한테도 추천했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에 소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음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하거나 잠잘 때 쓰는 소음방지귀마개, 무소음키보드에서 층간소음을 줄이는 바닥재까지 매출이 급상승중이다. 소음 복수 상품도 인기다. 코로나로 인해 ‘소음 산업’이 특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방음·방진재 매출 296% 상승”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작년 층간소음 상담접수 건수는 4만2250건으로, 2019년(2만6257건) 대비 60% 증가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뛰거나 걷는 소리’가 61.4%였다. 망치소리(4.7%), 가구 끄는 소리(4.6%), 문 개폐(2%), 악기연주(1.1%) 등 나머지 이유를 다 합쳐도 발바닥 아래였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집에서 하게 되면서 발바닥 소음 유발자 또는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아졌다. 개그맨 이휘재·문정원 가족과 그 이웃이 겪은 층간소음 갈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층간소음 유발자 쪽은 소음 방지용 물품에 꽂혔다. G마켓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진 작년 하반기 방음·방진재(벽이나 바닥에 붙여서 소리·진동을 흡수하는 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페트, 털슬리퍼 매출도 각각 49%, 39% 올랐다. 직장인이 주로 찾는 무소음키보드도 41% 더 잘 팔렸다. 네이버 온라인마켓인 스마트스토어 관계자는 “방음방진 관련 용품 1월 거래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다”고 했다.
현대 L&C에서 만든 친환경 놀이매트의 경우 올 1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상승했다. 현대 L&C 관계자는 “전에는 육아용 구매가 99%였는데, 지금은 동반자녀가 없는 1~2인 소형가구 구매 비중이 약 30%를 차지한다”고 했다.
◇골전도 스피커 등 복수상품도 인기
가정용 소음측정계 매출도 47% 신장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증거 수집용으로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소음방지귀마개 매출도 11% 상승했다.
층간소음 복수 상품도 인기다. 천장에 설치할 수 있는 우퍼·진동 스피커, 벽돌 망치 등 똑같이 소음을 발생시켜 이웃에게 복수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포털사이트에 ‘층간소음 스피커’라고 검색하면 1800개가 넘는 상품 종류가 뜬다. 최근에 나온 골전도 스피커는 음파를 두개골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낸다. 보청기나 헤드셋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인데, 한 업체가 이를 응용해 아래층에서 천장을 통해 위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기계를 만들었다.
◇”아예 집을 바꾸자” 건설업계도 잰걸음
아예 집을 뜯어고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주부 김모(40·서울 동대문구)씨는 “방음매트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마루바닥을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건축자재업체 LG하우시스에 따르면, 소음 저감 기능성 바닥재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건설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 건설사가 층간소음만 연구하는 조직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층간소음 원인과 건설 재료, 아파트 구조, 신공법 등이 연구 대상이다.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관련 15가지 저감기술을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지난해 3중으로 층간소음을 잡아내는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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