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나비 효과? 소음 산업이 뜬다

전현석 기자 2021. 1.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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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34)씨는 최근 아이들 놀이용 매트를 샀다. 미혼이고 혼자 사는 이씨가 놀이용 매트를 산 이유는 “홈트(홈트레이닝) 하는데 아랫집에 피해가 갈까봐”서다. 이씨는 무소음키보드도 하나 장만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마스크 쓰고 말없이 일하다보니 일반 기계식 키보드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며 “동료한테도 추천했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코로나 시대에 소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음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하거나 잠잘 때 쓰는 소음방지귀마개, 무소음키보드에서 층간소음을 줄이는 바닥재까지 매출이 급상승중이다. 소음 복수 상품도 인기다. 코로나로 인해 ‘소음 산업’이 특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방음·방진재 매출 296% 상승”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작년 층간소음 상담접수 건수는 4만2250건으로, 2019년(2만6257건) 대비 60% 증가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뛰거나 걷는 소리’가 61.4%였다. 망치소리(4.7%), 가구 끄는 소리(4.6%), 문 개폐(2%), 악기연주(1.1%) 등 나머지 이유를 다 합쳐도 발바닥 아래였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집에서 하게 되면서 발바닥 소음 유발자 또는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아졌다. 개그맨 이휘재·문정원 가족과 그 이웃이 겪은 층간소음 갈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홈트(홈트레이닝)족'이 늘면서 운동용 매트도 잘 팔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층간소음 유발자 쪽은 소음 방지용 물품에 꽂혔다. G마켓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진 작년 하반기 방음·방진재(벽이나 바닥에 붙여서 소리·진동을 흡수하는 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페트, 털슬리퍼 매출도 각각 49%, 39% 올랐다. 직장인이 주로 찾는 무소음키보드도 41% 더 잘 팔렸다. 네이버 온라인마켓인 스마트스토어 관계자는 “방음방진 관련 용품 1월 거래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다”고 했다.

현대 L&C에서 만든 친환경 놀이매트의 경우 올 1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상승했다. 현대 L&C 관계자는 “전에는 육아용 구매가 99%였는데, 지금은 동반자녀가 없는 1~2인 소형가구 구매 비중이 약 30%를 차지한다”고 했다.

◇골전도 스피커 등 복수상품도 인기

가정용 소음측정계 매출도 47% 신장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증거 수집용으로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소음방지귀마개 매출도 11% 상승했다.

층간소음 복수 상품도 인기다. 천장에 설치할 수 있는 우퍼·진동 스피커, 벽돌 망치 등 똑같이 소음을 발생시켜 이웃에게 복수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포털사이트에 ‘층간소음 스피커’라고 검색하면 1800개가 넘는 상품 종류가 뜬다. 최근에 나온 골전도 스피커는 음파를 두개골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낸다. 보청기나 헤드셋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인데, 한 업체가 이를 응용해 아래층에서 천장을 통해 위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기계를 만들었다.

층간소음 복수 상품도 인기다. 최근에는 골전도 스피커도 나왔다. 음파를 두개골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내는 기술을 이용해 위층에 소음을 내보낼 수 있다. /조선일보DB

◇”아예 집을 바꾸자” 건설업계도 잰걸음

아예 집을 뜯어고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주부 김모(40·서울 동대문구)씨는 “방음매트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마루바닥을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건축자재업체 LG하우시스에 따르면, 소음 저감 기능성 바닥재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건설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 건설사가 층간소음만 연구하는 조직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층간소음 원인과 건설 재료, 아파트 구조, 신공법 등이 연구 대상이다.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관련 15가지 저감기술을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지난해 3중으로 층간소음을 잡아내는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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