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제 추진, 정세균 총리 대권 각?

정용인 기자 2021. 1. 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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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재부 ‘몽니’ 대처 리더십 발판으로 대권 나서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 22일 정부 서울청사 접견실에서 경향신문과 취임 1주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항세력이 있게 마련이라는 말을 했지,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세균 총리가 밝힌 말이다. 인터뷰는 1월 22일 진행했지만, 지면에는 1월 27일에 실렸다.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기획재정부를 개혁 저항세력으로 언급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린 날은 1월 21일.

전날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용범 1차관이 ‘선례를 찾기 어렵다’며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난색을 표한 것에 대해 꺼낸 질책으로 보도됐다. 언론보도는 ‘격노’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의문은 이것이다. 정 총리가 자신의 말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5일 뒤에 나올 인터뷰가 아니라 바로 정정했어야 한다.

정확한 워딩은 달랐더라도 적어도 분위기나 톤은 기재부 성토였다는 뜻이 된다.

“정확히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면….” 총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용범 차관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에 ‘…에 김용범 반기드나’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드리니 지난번(4월 CBS 보도)처럼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이 사람들을 혼내야 하나’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국무조정실장이 기재부 출신이다. 차관에게 전화해 ‘진의가 뭐냐’고 물었다. 자기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질타한 적 없다. 기재부의 태도에 대해 (총리실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연합에서 제일 먼저 기사를 내면서 전화를 걸어와 물어보기에 그런 말을 한 적은 없고, 기재부 처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정리되어 나간 것이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발언 막전막후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1월 21일 홍남기 부총리가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며 재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계속됐다. 직후인 1월 24일, 매주 일요일 총리공관에서 진행하는 당·정·청 고위정책조정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한 것도 총리와 기재부를 대표하는 부총리 사이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어쨌든 논쟁 과정에서 확실해진 것은 손실보상법 추진과 관련 총리의 주도권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월 27일 세계경제포럼 특별연설에서 “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가 포용적 정책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여권 주자들이 각자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코로나19 방책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엔 기류가 있다. 정확한 워딩이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흐름’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시동 건 것이다. 본인 색깔을 낼 수 있는 거점 중 하나가 드러난 것이다. 기재부가 입장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총리가 정치적 추진력도 있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이낙연이나 이재명과 같은 여권 리더십이 보여주지 못했던 리더십 말이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의 말이다.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대응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민 재난기본소득’을 대표방책으로 제시했다면 ‘손실보상제’가 정세균 총리의 강력한 정책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언급되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감각’에서 ‘상인의 감각’을 체화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정세균 총리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인 출신으로 DJ에게 발탁된 정 총리는 언론인 출신으로 발탁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종종 비교돼 거론되곤 한다.

박신용철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정 총리가 출마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대권에 대한 꿈은 계속 있어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후보 정세균’의 가능성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 1월 1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민주당 제3주자 유력인물’ 조사에서 정 총리는 17.0%의 성적표를 받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12.1%를 받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며 임종석 전 비서실장(7.4%),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6.4%) 순이었다.

그러나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정 총리의 성적은 저조하다. 3~4%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여권의 두 유력주자의 대안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제3의 인물을 찾는다면 현재로선 정세균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이 소장은 그러나 정세균 출마에는 조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건 정세균이 이재명의 대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구도에서 이낙연 당 대표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전제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만약 정세균이 출마 선언을 하고 두 사람이 10%대 초반대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정 총리가 이런 상황을 모를 수 없다. 만약 여권 대선주자 경선에 출마한다면 2등 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1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한 국무위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

이재명의 상대는 이낙연일까 정세균일까

정 총리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향후 정치스케줄 전망 때문이기도 하다.

이낙연 당대표는 선거에 출마하는 인사는 선거 1년 전 당직을 내놓게 돼 있는 당헌당규에 따라 3월 8일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이후엔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간다.

이익공유제 등 내놓은 정책을 이후에도 당이 뒷받침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직을, 정세균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정책을 뒷받침해 행정을 동원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 총리가 만약 대통령까지 한다면 국회의장과 총리, 대통령까지 하게 되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총리를 맡는 과정에서 이미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을 들은 사람이다. 정 총리가 잘 따지는 사람이다. 만약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하면 조용히 숨을 것이고, 결국 출마를 한다면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상황이 돼야 대타를 자임하게 되지 않을까.” 박신용철 위원의 전망이다.

이강윤 소장은 “이낙연 당대표 체제가 계속될 3월 8일 이전에 이낙연이 무너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라며 “정 총리가 대선레이스가 뛰어든다고 선언한 뒤 이뤄지는 첫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이 나와 줘야 의미 있는 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 측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인사는 “정치권에서는 10% 지지율에서 13~14%로 가는 것보다 1%에서 3%로, 3%에서 5%로 가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말을 한다”라며 “정 총리 주변에서도 자력으로 5%를 만들어놓으면 그때부터 열심히 뛰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와 별도로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가 대체재의 관계로 볼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어차피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들어가야지만 게임은 시작되는 것이고 지금은 당대표는 대표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축적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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