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심리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1. 1. 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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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을 떠올리고 타인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위로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픽사베이 제공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과의 상향비교는 좌절과 우울함 같은 부정적 정서를 불러오는 반면,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나쁜 사람과의 하향비교는 안도감과 감사함, 행복감 등의 긍정적 정서를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너보다 더 힘든 경우를 생각하라”라고들 하는 등 하향비교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크게 나쁘지 않으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을 느껴보려는 시도들은 흔히 이루어진다. 따라서 비교에서 그나마 나은 비교를 고르라고 한다면 상향비교보다는 하향비교를 하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하향 비교에는 타인의 불행을 나의 위안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타인의 불행을 떠올리고 타인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위로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다보니 하향 비교 역시 상향 비교 못지 않게 많은 문제들을 안고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선 하향 비교가 ‘기분’을 나아지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보다 상황이 나쁜 사람을 보고 단기적으로는 위안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 또한 더 나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 또한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 심혈관질환, 당뇨 같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병에 걸린 초기에는 자신보다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곤 하지만 병이 지속되면서 점점 하향비교가 부정적 정서를 늘린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데 병세가 훨씬 심각한 사람을 보면 지금 당장 자신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은 잠깐이지만 자신도 앞으로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은 오래 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보다 상태가 좋은 환자들을 보면 (상향비교) 처음에는 부러운 마음이 크고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드는 반면 한편으론 나도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으로서 옆에 있는 누군가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일 수도 있으며 역시 다른 환자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자 희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향비교는 사람들을 좀 더 이기적이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하향비교를 통해 자신보다 상황이 나쁜 사람을 생각함으로써, 예컨대 ‘공감’의 기능처럼 기부나 봉사 같은 친사회적인 행동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하향비교의 목적은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고 타인의 아픔을 줄이는 것에 포커스를 타인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외감을 줄이는 데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불행은 동료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아픔을 누그러트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불행마저도 자기 위안의 재료로 삼게 된다. 그러다보니 하향비교를 해도 그닥 도움 행동이 늘지 않는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타인의 불행이 내 안식의 한 가지 원천인 경우, 타인의 불행을 누그러트리는 행위는 곧 나의 안식을 해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타인의 불행을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좋을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불행을 인식했을 때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고 위안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다. 저 사람이 얼마나 힘들지도 생각해 보고 나아가 나와 나보다 힘든 이들 모두 평안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사람들에게 힘들어하는 자신과 타인을 향해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축복하는 마음을 꾸준히 떠올리게 하면, 단순히 하향 비교를 했을 때에 비해 부정적 정서는 감소하고 긍정적 정서는 증가했다는 발견이 있었다. 자신과 타인의 안녕을 바래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후 측은지심이나 타인을 돌보고 아껴줘야겠다는 마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을 축복하는 마음을 연습하면 타인의 성공 또한 내게 상향비교가 되어 아프게 꽂히기보다 희망과 행복이 될 거 같기도 하다. 응원하던 사람이 잘 되면 나 또한 기쁘기 마련이니까. 시기와 질투의 효용이나 어설픈 자기 위안의 유통기한은 짧다. 남는 것은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냐는 것이다. 기왕 사는 인생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통해 더 행복해지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관련자료
Buunk, B. P., Collins, R. L., Taylor, S. E., VanYperen, N. W., & Dakof, G. A. (1990). The affective consequences of social comparison: Either direction has its ups and dow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9, 1238-124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Fiske, S. T. (2010). Envy up, scorn down: How comparison divides us. American Psychologist, 65, 698– 706.
Gentile, D. A., Sweet, D. M., & He, L. (2020). Caring for others cares for the self: An experimental test of brief downward social comparison, loving-kindness, and interconnectedness contemplations.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21, 765-778.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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