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등학교로 몰려드는 학생들..코로나가 키운 교육 양극화

김나현 기자 2021. 1. 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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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방역에 가려진 '내 권리'②]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1년째 이어지면서 학교 간 교육격차가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올해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 38곳의 경쟁률은 6.8 대 1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등교일수가 공립보다 많고, 비대면 수업의 질도 훨씬 낫다는 소문이 퍼진 영향이다.
점점 더 벌어지는 사립 공립…학력 격차 고착화 우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학기 기준 응답 교사의 68%('매우 커졌다' 17.6%, '커졌다' 50.8%)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2.8%('매우 커졌다' 21.4%, '커졌다' 41.4%)가 격차를 인식하고 있었다.

현장의 교사들은 그 원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조하는 학교의 지원 부재를 꼽았다. 교사들이 제시한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한 대책 중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지원(24.2%)이 1위를 차지했다. 소수 학생 등교를 통한 대면 보충지도 (17.8%)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 공립학교 교사 A씨는 "비대면 수업을 하니 스스로 학습이 잘 되고 있는지 학교에서 매번 날마다 체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학생들 간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 도중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뒷받침해줘야 하지만, 공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에 비해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사립" 소문에 '우르르'…벌어지는 학력 격차
실제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수업의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차이를 보였다. 상당수 공립 초등학교의 실시간 온라인 수업량은 하루 1~2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은 기존 유튜브 영상이나 EBS 교재를 활용하는데 그쳤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립초등학교 학부모 장모씨(44)는 "일주일에 두 번 줌으로 수업하고 있다"며 "나머지 날에는 올려져 있는 EBS 영상 보고 수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는 아이의 시청 여부만 확인하고, 피드백도 일주일 월요일에 한 번씩 등교해 숙제 검사를 받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17일 세종시 한결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상당수의 사립초등학교는 모든 수업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인천시의 한 사립초등학교 학부모 김모씨(41)는 "수업을 하루에 6시간씩 전부 온라인 실시간 강의로 진행 중"이라면서 "기존 학교 수업과 괴리감이 전혀 없기에 하루 20분 정도만 선생님과 만나는 공립학교에 비해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도 원격 영어 수업을 진행 중이다.

사립학교에서는 EBS 영상이 아닌 자체 제작 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시 한 사립학교 학부모 문모씨(45)는 "체육, 도덕은 녹화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EBS가 아닌 자체 제작 영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육 같은 경우 요즘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직접 찍어 올려주시니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원격수업의 질이 사립초교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올해 서울 사립초 38곳의 경쟁률은 전년(2.05 대 1)보다 3배 이상 오른 6.8 대 1까지 치솟았다.
공립초 학부모 "지난해 수업 기억할까 의문"
등교일수 차이도 심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지역 공립초교 562곳의 평균 등교계획일수는 주당 1.9일에 불과했다. 반면 사립초교 38곳은 주당 평균 4.2일로 2배를 넘었다. 공립초교와 사립초교가 '3분의 2 이하 밀집도'라는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는가 하면 사립초에서 '긴급 돌봄'이라는 명목으로 변칙등교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사립초 학부모 문씨는 "이번 주부터 다시 등교하기 시작했는데, 첫 주는 2일, 다음 주는 1일 등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거리두기 이전에는 주 3일 등교했다"고 설명했다. 공립학교 학부모 장씨는 "월요일에 한 번씩 숙제 검사하러 오전 9시에 등교하는데, 쪽지시험을 보고 오후 12시쯤 점심을 먹고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부모들의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장씨는 "이제 4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지난해 배운 것을 다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학을 3학년 때 처음 배웠는데 공부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사립초 학부모 김씨는 "막상 진행해보니 평소 수업과 차이 없어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립학교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도미향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대면 수업이 계속된다면 상위권·부유계층과 취약 계층 간 학력격차가 커질 것"이라면서 "부유층은 학원을 가거나 보충학습을 할테지만 취약 계층은 관리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라면서 "교사들이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질문하면 그 순간 만큼은 집중을 해야 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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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itsmena@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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