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마윈이 미운 中정부의 진짜 이유
美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닮음꼴 대출 행태에 中 '제동'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부러움의 대상이자 신화적 존재였던 마윈이 소심한 사람이 됐다. 중국 정부는 진짜 앞뒤가 꽉막힌 공산당이라서 마윈을 구박한 것일까. 중국에 밉보이면 마윈처럼 기세등등했던 사람도 소금에 저린 배추처럼 되는 것일까.
문제는 중국 정부. 뒤끝으로 봤을 때 글로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들이 중국 정부다. 자기네 마음에 안들면 온갖 꼬장을 부렸던 터라, 다들 그런줄로만 알았다.
이 즈음 마윈도 두문불출했다. 실종설까지 나왔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 잡혀간 인물들, 코로나19 관련 반정부 발언을 했던 사람들의 실종설이 많이 돌다보니, 마윈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히 마윈은 공식활동을 재개했고 실종설은 쏙 들어갔다. 온순한 기업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앤트그룹은 중국 당국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직접 규제를 받게 됐다. 겉만 봐서는 공산당 정부가 기업도 주무르려는 것 같다.
마윈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진짜 이유
중국 정부는 진짜 마윈의 한마디 말 때문에 그렇게 군 것일까? 그게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로서는 마윈의 앤트그룹을 규제할 수 밖에 없다. 고질적인 그림자금융과 이와 관련된 부채 문제 때문이다.
그림자금융의 문제는 규모와 부실을 정부 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방적 관리도 쉽지 않다. 혹여 부실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서구 경제전문가들도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알리페이 등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은 이런 그림자금융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1~2금융권으로부터 소외받은 이들에게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모바일로 소액 대출 정도는 쉽게 받고, 신용도에 따른 이자는 그간의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산정했다. 비록 은행 거래 기록은 없어도 성실하게 통신비를 납부했으면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지난달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리페이를 통해 집행된 대출 규모만 2300억달러에 달했다. 우리 돈으로 260조원 가량 되는 돈이다. 이 돈 대부분의 전주는 중소도시 상업은행이나 캐피탈사 등이었다. 알리페이는 대출 희망자를 모집하면서 이들의 금리를 산정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했다.
(목돈을 갖고 있다면 최소한 이자라도 얻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이 심리가 현실화되는 데 있어 감시하는 역할을 금융당국이 한다고 보면 된다.)
유동화된 덩어리는 추가 대출을 얻는 담보가 됐다. 무슨 얘기냐, 대출 채권을 담보로 또 돈을 빌리는 것이다. 채권도 집 문서처럼 일종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돈을 갚겠다’고 써준 차용증 혹은 각서를 갖고 이웃집에 가서 돈을 빌려왔다고 치자. 추가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모습은 2000년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를 연상시킨다. ‘서브’는 아래를 뜻하고 ‘프라임’은 우량을 뜻하는데, 당시 미국 은행들은 비우량(서브프라임) 이용자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했다.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하게 여기다보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을 사라고 대출을 해줬다.
이들 은행들은 비우량 이용자들에게도 주담대 이자를 받으면서 수익을 늘렸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것을, 이들 은행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목돈(주담대채권)을 거대한 덩어리로 만들었다.
이것을 집문서와 같은 자산으로 둔갑시키고 추가로 대출을 받아 또다른 비우량 이용자들에 빌려줬다. 자기들끼리 이런 덩어리를 거래했고, 그것을 기반삼아 새 금융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 주택경기가 하강하고 집값이 떨어지자 대출을 못갚게 된 비우량 대출자들은 우르르 ‘배째라’ 상황이 됐다. 주담대 자산으로 파티를 벌이던 은행들은 삽시간에 엄청난 부실을 떠안게 됐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맥락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가뜩이나 지방정부와 공기업 부채로 골머리를 썩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민 중에서도 특히 중하위 신용자들의 대출이 거대해지는 게 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심에 알리페이가 있다고 봤을 수도 있다. 이런 핀테크 업체들이 중저 신용자들에게도 쉽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도 무관하지 않은 중저신용자 대출 딜레마
최근 한국도 중하위 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신용카드사들의 신용대출 상품이나 캐피탈사의 대출도 쏠쏠하게 나가고 있다. 여기에 핀테크 업체들의 신용평가 기술이 더해지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커졌다.
특히 은행 거래 기록이 부족한 젊은 청년들이나 전도 유망한 사업가들 입장에서는 굳이 은행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돈을 빌릴 수 있다. 쇼핑몰 속 댓글, 좋아요 수, 매출 증가 추이 등이 금리 산정에 계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하게 대출이 늘어날 때다. 그리고 이 대출이 서로 간에 꼬인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경기 충격 등이 겹쳐 일어날 때다. 중저신용자일수록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주택경기 하강에 따른 충격을 중저신용자들이 가장 먼저 받았다.
핀테크 금융에 있어 중국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의 한국 핀테크도 이 같은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통 신용평가와 대비되는 대안 신용평가로 중저 신용자들도 많은 대출을 싸게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사업으로 대안신용평가가 활성화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은 미덕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대출을 파는 사람들의 허언일 수 있다. 정작 대출을 파는 은행들은, 자신들의 대출을 ‘위험가중자산’이라고 부른다. 언제든지 떼일 수 있다라는 암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데이터 경제가 ‘섬뜩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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