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ZOOM] 겨울은 어떤 모양일까.. 전지적 드론 시점

2021. 1.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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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수백 개가 함께 날아와 자리를 잡으면 이런 모습일까.

하늘을 향해 가녀린 가지를 뻗은 자작나무 숲 풍경이 누군가 그려놓은 한 폭의 상상도 같다.

쌓였던 눈이 녹으며 드러난 붉은색 당단풍나무들 덕분에 하얀 눈꽃이 몽글몽글 핀 듯한 자작나무 숲에서 신비스러움이 도드라진다.

하늘과 소통하는 신성한 의미를 지닌 자작나무의 숲, 코로나19 종식의 그날을 기다리는 이들의 방문이 곧 허락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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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하늘에서 내려다본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홍인기 기자
23일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홍인기 기자

민들레 홀씨 수백 개가 함께 날아와 자리를 잡으면 이런 모습일까. 하늘을 향해 가녀린 가지를 뻗은 자작나무 숲 풍경이 누군가 그려놓은 한 폭의 상상도 같다. 쌓였던 눈이 녹으며 드러난 붉은색 당단풍나무들 덕분에 하얀 눈꽃이 몽글몽글 핀 듯한 자작나무 숲에서 신비스러움이 도드라진다. 이번 주 펼쳐 ZOOM은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 이상 기온이 합심해 만들어낸 겨울 풍경을 담았다.

지난 23일 오전 강원 양양 시내에서 쏟아지던 겨울비는 한계령에 다다르자 짙은 안개로 변했다. 비상등을 켠 채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갯속을 엉금엉금 헤쳐 올랐다. ‘자작나무 숲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 뒤 10분쯤 달리니 소양강 줄기가 나타났고, 먹장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자작나무 숲에 도착해 드론을 띄웠다. 모니터를 통해 자작나무 군락을 내려다보는 순간 ‘숲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떠올랐다. 한껏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듯 순백의 자작나무가 불규칙한 듯 규칙적인 패턴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에 액세서리처럼 초록색 잣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23일 꽁꽁 언 강원 인제군 소양강. 마치 눈이 튀어나온 듯한 스펀지밥 같다. 인제=홍인기 기자

자작나무의 원산지는 핀란드도, 러시아도 아닌 우리나라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인 북아메리카와 중앙아시아, 북유럽까지 분포한다. 자작나무는 나무껍질이 하얗고 윤이 나면서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성질이 있다. 이 껍질에 밀랍 성분의 기름이 함유돼 있어 전기가 없던 시절엔 불을 붙여 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결혼식에 밝히는 ‘화촉'이 자작나무를 뜻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자작나무 숲은 2019년 기준 43만6,000명이 찾았을 만큼 인제군의 대표적인 명소다. 산림청이 1989년부터 8년간 138ha의 면적에 총 70만 본의 자작나무를 심었고, 이 중 25ha에 해당하는 부분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왔다. 평소 산불조심 기간인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두 달 정도만 입산이 통제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11월 시작된 통제 조치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 수도 지난해 29만5,000명으로 줄었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자작나무는 북방 민족에게 신(神)이 깃든 나무로 통한다. 하늘과 소통하는 신성한 의미를 지닌 자작나무의 숲, 코로나19 종식의 그날을 기다리는 이들의 방문이 곧 허락될 것 같다. 인제국유림관리사무소는 오는 2월 3일 자작나무 숲을 일반에 다시 개방할 계획이다.

23일 강원 인제 소양강 바닥이 천마총의 천마도를 떠올리게 한다. 인제=홍인기 기자
23일 강원 인제군 소양강. 입을 쩍 벌린 채 맷돼지를 사냥하는 괴물 같다. 인제=홍인기 기자

자작나무 숲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하는 길. 얼어붙은 소양강 위로 드론을 올려 보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얼음의 표정이 다채로웠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여러 갈래의 균열이 얼음 밑으로 흐르는 강물과 강바닥의 모양, 색깔 등과 어울려 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긴 팔을 흔드는 무시무시한 괴수부터 놀라서 두 눈이 튀어나온 스펀지밥, 천마총에 그려진 천마도 등등. 장소를 다시 옮겨 강원 원주시 판대빙벽장에선 빙벽등반 동호인들이 늑대 머리 모양의 얼음을 밟고 서 있고, 경기 양평군 북한강에선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풍경이 비밀처럼 펼쳐져 있었다.

23일 강원 원주시 판대빙벽장이 늑대머리 형태로 얼어 있다. 원주=서재훈 기자
23일 강원 인제군 소양강에서 만난 초록 괴물의 형상. 인제=홍인기 기자
23일 강원 인제군 소양강. 인제=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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