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계 상황" 멀티플렉스, 존폐의 기로에서 [TD취재기획]

최하나 기자 2021. 1. 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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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가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소울'을 비롯해 '귀멸의 칼날'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잠시 활기를 찾았지만 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중론이다. 최근 한국상영관협회는 좌석 거리두기 완화와 임대료 조정을 호소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글로벌 OTT 기업들의 공세까지 영화를 누렸던 극장가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시대 변화에 의한 필연적 도태일까. 극복 가능한 인재일까. 멀티플렉스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문화계 전반에 큰 위기가 드리웠다. 그중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바로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극장가다. 극장 내 N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전염병의 확산세로 인해 관객들의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극장가의 위기는 언택트 문화의 급성장으로 안방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수요가 넘어가면서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매출액은 감소, 고정 지출비는 그대로… 벼랑 끝 극장 산업

현재 영화산업은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영화관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대비 -73%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정부 및 지자체의 단계별 지침 강화로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된 12월 매출액은 전년대비 -92%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9년에 한국 극장가 매출액 1조 4037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2020년에는 5100억 원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수 급감으로 인해 매출액은 감소하는데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고정 지출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적자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임대료는 산업 특성상 일반 가게 임대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국내 극장 산업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임대 면적이 큰 산업 특성상 일반 가게 임대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한국상영관협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영화관 임대료 부담 경감책 마련해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한국상영관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임대료와 관련한 지원책에 영화관을 포함시키고, 영화관에 대한 생존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산업을 유지해왔으나 현재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매출 대비 임대료 등 막대한 고정비 지출로 인해 사업 유지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대료에 대해 "영화관 대부분이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어 임대료가 특히 비싸다. 임대하는 면적도 넓다 보니 임대료 부담이 막대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영화산업이 멀티플렉스로 인해 대기업으로 분류돼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직영점을 제외하면 영화관 대부분 개인업자 위탁 운영이다. 개인업자 위탁관은 매점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현재 영화관 내 취식이 금지돼 있다 보니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전기세를 포함한 운영비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현재 영화 1회 상영시 1~2명 정도 들어온다. 티켓값으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쓰이는 전기료 값도 충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하루에 쓰는 방역비만해도 많게는 수백만 원대의 비용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역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도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 지출비에 대해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극장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극장 수익이 줄어든 반면에 고정 지출비 등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돈을 내고 있다. 고정 지출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1만 명대를 기록하던 14일 한국상영관협회는 "극장 거리두기를 다시 살펴봐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다시 배포했다. 좌석 거리두기와 운영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며 그동안 철저한 방역으로 영화관에서의 2차 감염은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가족끼리 와서 떨어져 앉아 영화를 보고 나가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을 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나. 좌석 거리두기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운영 시간제한에 대해서는 "밤 9시 전에 상영을 끝내려면 마지막 회차를 늦어도 저녁 7시에 시작해야 한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저녁 6시인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7시가 넘어가지 않나. 그럼 누가 영화관에 올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발전기금 비율을 티켓값의 3%에서 0.3%로 인하해 극장 산업 구제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이 지원책이 사실상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인하 대책도 관객이 많이 들어야 효과가 있지 않겠나. 관객이 없어서 버티기가 힘들다. 이 외에도 여러 지원책들이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효과가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영화관은 영화산업 내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산업 생태계의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면서 "주변 상권 부정 파급 영향을 고려해 영화관 입점 건물주의 '착한 임대인' 동참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발의된 '임대료 멈춤법' 등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내 보호 대상에 영화관 사업자 포함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대료 외 관리비(전기료, 수도광열비 등), 인건비(4대 보험 등) 등 영화관 생존을 위한 직접적 지원 정책 배려가 절실하다"고 했다.


◆멀티플렉스 위기, 너도 나도 허리띠 졸라메기

고사 위기에 놓일 정도로 극장 산업이 코로나19 여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이 가운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코로나 시국 속에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먼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현재 경영악화로 이달 초 기준 총 13개의 직영점을 임시 휴업했다. 또한 임차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영화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앞서 CGV 측이 운용사들에게 임차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사내 공고를 통해 근속 3년 이상 (2018년 입사자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근속연수와 기준금액을 곱해 정해지는 퇴직위로금 (최대 20년), 취업지원금 등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매달 150억 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면서 "완전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희망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7월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또한 향후 2년 동안 전국 100여 개 직영관 중 20여 개 지점을 단계적으로 닫는다.

메가박스도 직영점 운영을 중단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지난달 메가박스 은평, 경주점 운영을 중단했다. 북대구, 제천점은 1월 말까지, 청주사창점은 2월 말까지 임시 휴업할 예정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지점 철수를 검토할 방침이다.


◆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자구책 시도하는 멀티플렉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들은 극장에 관객들을 불러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큰 스크린과 고성능 사운드 시스템, 좌석 등의 이점을 내세워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시설로 코로나 시국을 견디고, 그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CGV는 지난해 예술문화 콘텐츠 브랜드 'ICECON'을 론칭하고, e스포츠 및 월드컵 생중계와 오페라 및 콘서트, 뮤지컬, 클래식 등 공연 실황 콘텐츠 상영, 방송, 유튜브, OTT 등 다른 채널의 콘텐츠 상영 등 영화를 넘어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또한 콘솔 플레이 대관 플랫폼 '아지트엑스(AzitX)'를 지난 16일 정식 론칭했으며, 유튜브 대표 인기 콘텐츠인 '가짜 사나이 2'의 극장판 '토이 솔져스: 가짜 사나이 2 더 컴플리트'를 27일 단독 개봉했다.

지난해 CGV가 단독 상영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와 가수 김호중 팬미팅 실황을 담은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는 각각 13만,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 코로나 19 시국에도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영화 신작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니까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었다. 영화 이외의 다른 콘텐츠들을 극장에서 보면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극장이라는 존재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영화 외의 다른 콘텐츠 상영으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전 경기 상영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23일 세계 최대 크기의 LED 스크린과 프리미엄 음향 및 편의시설을 갖춘 상영관 '컬러리움'을 수원 관에 개관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극장이 안방과 다른 차이점인 큰 스크린과 좌석, 사운드를 강조한 상영관이다. 안방에서 영화 관람했을 때 느낄 수 없는 최고의 영화 관람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OTT 플랫폼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서의 장점을 내세워 극장의 존재 가치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메가박스는 큐레이션 브랜드인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통해 클래식, 오페라 중계 상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클래식, 오페라 중계 상영뿐 아니라 강연 형식의 클래식 입문 렉쳐 프로그램 '팝콘 클래식'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가박스 관계자는 "론칭 초반 클래식 라이브와 오페라의 경우 모객률이 높지 않았으나, 점차 안정화돼 이제 고정적으로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고 새로운 시즌 라인업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고객 층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가박스는 관객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상영 프로그램인 '‘N스크린'도 시작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들이 생존을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몇몇 시도들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좌석 간 띄어 앉기, 운영시간제한 등의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최근 신작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2월에 개봉하는 영화를 대상으로 상영 부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신작 가뭄 해소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극장 자체에 관객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에서 관객 1인당 최대 1000원 수준인 지원금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 코로나 시국 위기, 멀티플렉스의 미래

코로나 19로 언택트 문화가 대두되면서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멀티플렉스 등 극장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OTT 플랫폼이 극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집에서 배달시켜서 먹는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점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 느낌에는 한참 못 미치지 않나. 극장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것 외의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OTT가 극장을 대체하기보다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가 OTT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지 않나. 관객들이 다른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문화를 함께 즐기는 복합 시설이다. OTT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는 극장 상영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뉴시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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