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통하는 보드게임
◀ 김필국 앵커 ▶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오락게임, 많이들 하시죠?
그런데 과거 부루마블로 대표됐던 보드게임이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이렇다보니 교육적 목적으로 이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보드게임도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데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
탈북민 자녀들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이들을 돌봐주고 교육시키는 시설인데요.
이곳에 특별한 손님들이 특별한 놀이도구를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서울대에서 통일교육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직 교사 두명이 주도해 만든 보드게임.
통일로 통하는 투어, 통통투어라 이름지었습니다.
한반도 지도가 중앙에 그려진 네모난 게임판.
네개의 면엔 개성 경주 전주 청진 등 남북의 도시 이름들이 줄줄이 나열돼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 교사] "한반도 곳곳의 도시를 돌아보는 게임인데, 게임판에 있는 도시중에 각 면에서 하나씩 총 4개의 도시를 나의 목적지로 정해요."
이렇게 목적지를 정한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이동해 자신이 정한 목적지 도시들에 먼저 도착한 팀이 이기는건데, 자연스레 남북의 도시이름과 친숙해지게 됩니다.
중간중간 한반도카드라 돼 있는 칸에 들어가면 관련 퀴즈를 풀어 보상이나 벌칙을 받는 식으로 재미도 추가했습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남한 사람들이 관광할수 있었던 산은?" (금강산!) "정답!!!!"
[김인의/초등학교 교사] "현직에서 있다보면 확실히 학생들이, 특히 초등같은 경우는 재미있어야 일단 관심을 갖는데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교수학습방법적으로 고민을 하다가 게임을 생각하게 됐고, 그러면서 재미있지만 동시에 학습적인 내용도 들어가야 되니까...."
생소한 남한교육을 따라가느라 힘들고 지쳐있는 이 탈북 아동들은 2년 전부터 이런 보드게임 시간을 꾸준히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아이들끼리의 시간은 대화가 많아졌고 그만큼 웃음도 커졌습니다.
[순영옥/겨레얼학교 지역아동센터 원장]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진 보드게임을 해요, 그때 애들이 조금 활력을 찾는거죠. 아이들하고 같이 놀면서 협동심도 좀 길러지고 그래서 애들이 보드게임으로 굉장히 공부에서 받았던 조그만 스트레스들도 해소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기도 해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게임, 특히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 최근 이렇게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공모전도 있었다는데요, 지금부터 그곳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서울 남산자락에 있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였습니다.
이곳에선 미래통일세대들의 흥미를 유발시키자는 취지로 최근 보드게임 공모전을 벌였는데요.
46개의 출품작중 최고상을 차지한 두팀을 한 자리에서 만날수 있었습니다.
먼저 대통령상인 대상을 차지한 이 팀.
연세대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뭉친 4명의 대학생들로, 두달동안 공들여 '평화의 지대'라는 보드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정재희/대학생] "이 게임은 한분이 남한, 한분이 북한이 돼서 두분이 서로 협력해서 이 판에 깔린 지뢰를 제거하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은 여느 게임처럼 승부를 내는게 목적이 아니라 남북한이 된 두명이 상호협력을 통해 비무장지대, DMZ에 숨어있는 지뢰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 제거하는걸 목표로 합니다.
"이 칸 이 위에 올라간 다음에 제거를 하셔야 되요. 올라가려면 이동을 하셔야 됩니다. 이동하려면 카드를 하나 버리시면 올라갈 수 있어요."
DMZ지역의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저어새 그리고 DMZ에서 발굴된 분청사기와 뗀석기 등을 만능카드로 집어넣어 흥미요소를 더했습니다.
[황수아/대학생] "아무래도 평화통일을 만드는 게임이니까 북한과 남한이 서로 협력을 해서 게임을 하는걸 목표로 놓고 그래서 남북통신소라는 특수한 기구를 설치를 해서 무조건 카드를 교환해야만 이 게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성했습니다."
최우수상을 차지한 '피스메이커'라는 이름의 보드게임도 제작자와 함께 실제로 한번 해봤습니다.
게임참여자 각자가 정당을 이끄는 정치지도자가 되어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는건데, 분배받은 정책카드를 단계별로 써야하고 정부예산을 초과하게 되면 부결되기 때문에 예산에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주봉환/프리랜서] "나만 내가 잘하고 싶다고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통일이라는게 내가 좋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대방하고도 보조가 잘 맞아야..궁극적으로는 결국 다같이 합심을 해서 피스메이킹을 해야 평화통일에 더 가까워질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구조적인 시스템 자체로 전달하고자 하는게 핵심점이었습니다."
이 보드게임은 승부를 냅니다.
성공한 정책카드마다 점수를 매겨 더 높은 단계의 정책카드를 더 많이 등록한 사람이 이기게 되는데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13점..전 8점..전 9점이에요. 와와와...제가 압도적으로 이긴거네요. 제작자를 지금 (제가) 처음 했는데 1등한거네요? (저야 뭐 봐드리면서 한거니까)"
이번 공모전서 수상한 이 보드게임들은 앞으로 제품으로 제작된뒤 우선 시범학교와 청소년단체에 배포돼 일선 교육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배기찬/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앞으로도 이것만이 아니고 컴퓨터게임이라든가 다양한 방식의 놀이라든가, 이런걸 통해서 우리 청소년들이 특별히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일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저희들이 모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범람하고 있는 각종 첨단 IT기계를 통해 함께가 아닌 나홀로 즐기는게 익숙해진 시대.
그런 시대에 무언가를 손으로 계속 만져가며 함께 마주보고 대화를 해야 하는 보드게임은 이젠 평화와 통일을 향한 밑거름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07330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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