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사진 7번 찍은 이유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가 끝난 뒤 당대회 참가자 등 여러 구성원들과 잇따라 기념 사진을 찍었죠.
◀ 차미연 앵커 ▶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와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건 엄청난 영광으로 인식된다고 하니까, 사실상 선물을 준 셈인데요.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예전부터 사진을 정치의 일부분으로도 활용해 오고 있는데요.
김정은식 사진정치의 특징을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8차 당대회가 열렸던 4.25 문화회관 앞.
임시로 설치된 두개의 철제 계단 위에 사람들이 빼곡히 올라섰습니다.
당대회에 참가했던 4천여명의 각 지역 당 대표자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이곳에 모인 겁니다.
[조선중앙 TV]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혁명적 본분을 다해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시면서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를 참관한 방청자 2천여명.
당 대회에서 새로 구성된 중앙당 고위 간부들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총리와 부총리, 장관급 내각 관료들과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당 대회와 각종 부대행사에 기여한 조직들과의 기념사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일성광장의 참관석을 가득 메운 열병식 참가 장병들, 사상선전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출판 인쇄부문 근로자들, 행사의 경호와 안전관리를 책임진 호위·안전·보위 담당 장병들과의 특별 기념사진은 일종의 포상으로 해석됩니다.
[조선중앙 TV] "이들의 수고가 있어 당 제8차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값 높이 평가하시면서"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코로나를 전파하는 하나의 수단, 창구로 이 당대회를 악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것을 안전 차원, 보안 차원에서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이 사람들이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위원장이 일종의 사진 통치를 한 셈인데, 기념 사진 촬영횟수는 닷새에 걸쳐 7차례에 이릅니다.
5년 전 7차 당대회 이후 단 한번의 촬영으로 끝낸 것에 비하면 다양한 계층과 분야를 직접 대면하면서 체제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분야별로 당대회 결정사항 이행을 당부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기념 촬영 자체는 최고지도자가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 신뢰의 조치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주민들과 간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거죠 내가 이렇게 당신들과 직접 사진도 찍어주고 신뢰를 보내는만큼 당신들도 성과와 실적으로 보답해달라"
북한에선 최고지도자가 등장하는 사진을 1호사진이라고 부르는데, 그와 사진을 함께 찍는 다는 것은 선택된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정치적 선물이나 특권으로 여겨집니다.
[조선중앙 TV/사랑의 기념사진] "경애하는 아버님 원수님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뵙고 기념사진을 찍고싶은 것은 자나 깨나 안고 사는 우리 학생소년들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최진옥/삼지연초급중학교] ""아버지 원수님 사진 딱 한번만 찍어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리자 아버지 원수님께서는 "오.. 사진 찍자, 찍자"라고 하시며 우리들을 사랑의 한 품에 꼭 안아주셨습니다."
1호 사진은 대중에게 보이고 싶은 최고지도자의 정책과 이미지를 선전하는데 적극 활용됩니다.
김정은시대의 1호 사진은 과거의 딱딱한 구도와 경직된 형식을 파괴하면서 대중들과의 소탈하게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특징이 관찰됩니다.
사진속 김정은 위원장은 유치원을 찾아가 환한 얼굴로 아이들을 직접 안아주고, 무릎에도 앉히거나, 구두 밑창에 접착제를 바르거나 허리를 굽혀 잡초를 뽑고, 군인들과 어깨 동무를 하기도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안고 이야기하고 또 각종 행사라든가 부문별 회의라든가 이런 데 가서도 항상 굉장히 엄하게 꾸짖는 표정도 짓지만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환하게 웃는 표정도 같이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이 지도자가 살아 있는 모습"
반대로 군사 분야에서는 강력하고 단호한 이미지입니다.
미국 본토 타격 계획이라는 작전도를 뒤에 둔 채 서류를 살펴보거나, 핵실험 명령서에 직접 서명을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각종 발사체 시험발사 현장장을 지휘하는 등 대담하고 용감한 최고사령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가지고는 지적도 상당히 적나라하게 그 보도를 하는 것도 있고 또 한편에서 과업도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과업을 제시하는 등 상당히 공개 활동 자체가 갖고 있는 통치 차원에서의 의미를 더 부각시키는 쪽으로"
김 위원장은 자신의 노출 빈도를 늘리면서, 주민들에 조금 더 다가가고 현장을 직접 총지휘한다는 점을 사진으로 적극 알리고 있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김정일 위원장은) 상당히 은둔형이면서 신비주의적인 방식으로 자기 이미지를 희소성있게 만들어내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식이었죠 김정은 시대에는 인민 대중제일주의, 주민들에게 다가가서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중요하게 자기 이미지 정치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사진의 이미지는 김정은시대의 화두인 애민정치, 이민위천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최고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존경과 충성, 헌신을 유도하는 겁니다.
하지만 사진 정치가 주민들을 움직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일한만큼 기여한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을 원하는데, 함께 사진을 찍어줌으로써 격려하고 보상하는 이런 정치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경제난과 안보불안의 해소 등 실질적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남발되는 1호 사진이나 정치적 표창의 매력과 효용도 점차 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073301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