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원격 수업에.. 교사 불신 댓글 5배 늘었다

박세미 기자 2021. 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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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619> '교실에는 선생님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이 15일부터 31일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12.15 saba@yna.co.kr/2020-12-15 12:40:3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코로나로 전격 실시된 원격 수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한 해동안 교사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크게 늘었다는 정부 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사상 처음 실시된 원격 수업이긴 하지만, 1년 가까이 무성의한 원격 수업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사들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교육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코로나 상황에서 초·중·고 원격수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교사·교육당국 불신 댓글 9.8%에서 40.2%

이 보고서는 지난해 4월 20일과 9월14~17일 원격 수업 관련 인터넷 기사 6건에 달린 댓글 972개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이 된 기사는 ①1학기(지난해 4월 20일) 교육부의 원격 수업 실시 발표 기사(2건) ②2학기(지난해 9월 14~17일) 교육부의 쌍방향 원격 수업 확대 발표 기사(4건)였다. 댓글 972건 중 포털사이트 네이버 댓글은 311건, 다음 댓글은 661건이었다. 연구진은 언론사 기사에 따른 댓글의 정치적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 중 중립적인 사실 관계만 담은 기사를 골라 분석했다고 밝혔다. 1000여개 댓글은 각각 5가지 주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1학기 원격 수업 기사 댓글 중 ‘원격 수업 괜찮지 않다’(45.6%)란 주제가 가장 많았다. “필리핀 화상통화만도 못 하다” “동영상 2분이 끝? 그냥 학원 가서 공부하란 건가?” 등의 댓글이 대표적이었다. ‘원격 수업 괜찮다’(18.55%)란 주제도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교사에 대한 불만은 5.4%로 “(원격 수업하니) 교사 월급 반납해야 한다” “과제 제출해도 담임이 확인도 안 한다” 등이었다.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까지 포함하면 ‘교육 주체에 대한 불신’에 해당하는 댓글 비율은 9.8%였다.

이 같은 양상은 2학기가 되자 크게 바뀌었다. ‘교사에 대한 불만’에 속하는 댓글이 전체의 27.7%로 직전 학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 분석 댓글 중 가장 비율이 높았다. “학원은 쌍방향 수업 하는데 학교는 장비 탓하나” “학원 강사도 쌍방향하는데 교사는 왜 못하는가” “원격 수업 들어간지 한 학기나 지났다, 교사도 노력 좀 해달라” 등이었다. 교육부 비판을 포함하면 ‘교육 주체에 대한 불신’에 속하는 댓글은 전체의 40.2%에 달했다. “등교 수업을 원한다” “학생·교사 간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 “돌봄에 어려움이 있다” 등 각종 문제점도 드러났다. 원격 수업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불만은 2.4%로 소수였다. 연구진은 “원격 수업이 진행되면서 교육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원격수업 확대되면 교원 평가 더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초등 고학년 이상을 중심으로 올해도 원격·등교 수업 병행이 계속 이어지는만큼, 교사의 적극적인 원격 수업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이병민 서울대 교수팀이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초등학교 교사 53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수업 방식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초등 교사는 8명(1.5%)에 불과했다. 유튜브 등 기존 영상을 가져다 쓴다는 교사가 42.6%(226명)으로 가장 많았고, PPT등 자체 제작 콘텐츠 활용(43.5%)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교사 3명 중 1명(38.4%·204명)이 ‘현재 방식 그대로' 원격 수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유튜브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다는 교사는 91명(17.1%)였다.

원격 수업을 잘하는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가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와 교사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교원 평가’를 한시적으로 없앴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김성신 성신여대 교수는 “원격 수업이 늘어날수록 교원 평가를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를 해야 학생들이 부실 수업으로 피해를 입는 걸 막을 수 있다”며 “열심히 하는 교사에게 좋은 평가를 해주고 적절한 보상을 해서 지금보다 원격 수업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등 좌파 교육계에서는 교원 평가 완전 폐지뿐 아니라 성과급 균등 분배까지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 방안'에서도 무선망 구축이나 등교 확대 대책만 있을뿐 원격 수업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교사의 성의와 질 좋은 원격 수업”이라며 “교사의 참여와 원격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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