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진의 IT 프리즘] 일본 조미료회사, 반도체로 돈방석에 앉다

최연진 입력 2021. 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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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지노모토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조미료(MSG)를 만든 회사다.

이듬해 이케다 박사는 스즈키 사부로스케와 회사를 만들어 '맛의 본질'이란 뜻의 '아지노모토' 조미료를 내놓았다.

아지노모토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조미료를 만들던 화학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절연 필름을 개발했다.

더불어 식품 회사가 반도체 부품을 만든 아지노모토처럼 틀을 깨는 발상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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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지노모토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조미료(MSG)를 만든 회사다. 1908년 도쿄대 화학교수였던 이케다 키쿠나에 박사는 평소 먹던 맛있는 국의 비결을 찾던 중 다시마에 들어간 글루타민산에서 감칠맛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 나트륨을 결합해 만든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인공 조미료의 시작이다.

이듬해 이케다 박사는 스즈키 사부로스케와 회사를 만들어 ‘맛의 본질’이란 뜻의 ‘아지노모토’ 조미료를 내놓았다. 이 업체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으로 노동력을 착취해 전범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MSG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미원’ ‘미풍’ 등 조미료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가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지노모토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조미료를 만들던 화학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절연 필름을 개발했다. 이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은 PC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 칩의 회로를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이를 이용하면 회로 간에 간섭 없이 전류가 흐른다. 인텔, AMD의 CPU,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 퀄컴의 통신 칩 등에 아지노모토에서 독점 공급하는 ABF가 들어간다.

아지노모토가 개발한 반도체용 마이크로 절연필름 ABF.

최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서버와 PC, 게임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바람에 각종 CPU와 그래픽 칩은 물량이 모자라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을 장착한 ‘RTX3090’은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면서 가격이 폭등했고, AMD의 CPU와 그래픽 칩을 사용한 가정용 게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5’는 충분한 생산을 하지 못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곳이 아지노모토다. 미처 ABF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충분한 CPU와 그래픽 칩을 만들지 못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에 ABF가 아닌 다른 마이크로 절연필름을 사용한다.

그동안 여러 업체들이 ABF를 대신할 제품 개발을 시도했으나 특허와 수율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BF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CPU와 그래픽 칩, 관련 기기의 물량 부족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지노모토의 ABF 사태는 다시 한 번 부품과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는 대법원 강제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2019년 7월 부품과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일본 때문에 이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후 정부도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경쟁력위원회를 두고 '소부장 2.0' 정책을 만들어 관련 산업 강화에 나섰다.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시대에 소재부터 제품까지 모두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서로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돌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식품 회사가 반도체 부품을 만든 아지노모토처럼 틀을 깨는 발상도 중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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