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카메라로 본 평화.."사는 것 다 똑같더라"
[앵커]
서울 시민 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탈북민을 직장 동료로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의 5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네. 아직 우리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거겠죠.
최효은 리포터가 이번 주에 이런 인식을 바꾸는 현장에 다녀왔다고요?
[답변]
네. 탈북민과 함께 어울려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봤는데요.
다들 오래된 친구처럼 보이더라고요.
[앵커]
이 사진전에서 작가가 담으려고 했던 것이 있다죠?
[답변]
네. 북한에 6차례 다녀온 임종진 사진작가가 전시회 준비를 맡고 있는데요.
일상 속에서 평화의 의미를 찾아 카메라 렌즈로 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웃음이 끊이질 않는 이곳!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한 사진 스튜디오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저희가 6개월 정도 사진을 찍어 왔는데요. 전시를 위해서 사진을 고르는 작업 하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이름의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는 분들인데요.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탈북민을 포함한 서울 시민 9명이 카메라를 들었는데요.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 : "한사람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어서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문구부터가 굉장히 와 닿았어요."]
3월에 있을 전시회를 앞두고 꽤 진지한 모습입니다.
특별한 구성으로 전시회가 진행될 예정이라는데요.
[임종진/사진작가 : "남과 북이란 구분을 둬서 보지 않게 되는 이렇게 서로 간에 구분할 필요가 없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주인공이다라고 하는 형식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프로필 사진을 전신사진으로 찍은 거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서 이념과 체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수많은 사진이 쌓인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 갑니다.
탈북 여성에 대한 소설을 쓰던 이 전시회 참가자는 집필 과정에서 나름대로 탈북민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편견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습니다.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 : "구해줘야 하는 입장, 수평선이 아니라 수직관계에서 저마저도 위에서 그곳에 계신 분들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구해줘야 한다."]
그래서 참여하게 된 이번 전시회...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자신의 그릇된 생각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는데요.
탈북민이라는 껍데기를 한 꺼풀 벗기고 나니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 : "그냥 옆집 이웃집 친구 이웃집 남녀로 만날 수 있는 관계인데 제가 그때 생각했던 소설은 너무 이념적으로 인간 구애적인 시선으로 봤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많이 변했죠."]
서로 일상 속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감정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됐습니다.
[사진프로그램 참가자 : "(참여자들이) 한반도 전체에서 골고루 오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모여서 뜻이 하나로 잘 모였고 서로의 맘을 이어주고 치료해주고 다듬어주고 그러면서 한반도에 있는 우리들의 경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다른 참가자들도 사진이 쌓여갈수록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 : "제가 예전에도 탈북한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마음 안 상하게 도와줘야지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만남이 거듭될수록 저한테 남아있는 건 그냥 한 사람에 관한 관심이었어요."]
이번 전시회는 임종진 사진작가가 이끌고 있는데요.
1998년 처음 북한을 다녀온 임 작가... 지금도 북한 주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종진/사진작가 : "제가 (북한에서) 바라본 것들을 전함으로써 최소한 우리들이 균형적인 시각 아니면 우리랑 같은 게 있구나라고 하는 생각들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사진기자로 일하던 당시 북한에 6차례 방문했던 임종진 작가.
2018년도엔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토대로 사진전을 열었는데요.
그가 못다 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책을 출판했습니다.
임 작가는 직접 눈으로 본 북한 주민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임종진/사진작가/2018년 사진 전시회 : "무엇보다 굉장히 가난해서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마음들이 사실 있었죠. 근데 그것을 전환시키게 되는 여기 앞에 놓인 사람들의 어떤 일상의 모습들이 제게 준 어떤 뭉클함이 있었어요. 어? 왜 이렇게 우리가 같지? 이렇게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이후 임 작가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임 작가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꺼냅니다.
[임종진/사진작가 : "북한의 내나라비데오사라고 김일연 형이라고요. 저희가 갈 때마다 늘 안내원으로 함께 했던 형님이세요. 방북 때 모든 일정을 갈 때마다 찍어주셨는데 영상을 하나 만들어서 선물로 주신 거예요."]
["야~ 백두산이다!"]
20년 전 비디오테이프가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살려줍니다.
영상 속 모습들은 북한의 일상을 담은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저를 위해서 연출된 모습들이 전혀 아니거든요. 이런 것들이 저한텐 매우 큰 감동이었죠."]
임 작가가 펴낸 책에는 어린아이들의 모습부터 결혼하고 나이를 먹는 과정까지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담겨 있는데요.
다음 세대에게 통일이라는 무거운 담론보다는 평화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도장을 땅땅 찍어서 통일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의 맘이 서로 닿으면서 귀한 이웃의 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시작이거든."]
이 한 구절에 임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요.
남북한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임종진/사진작가 : "나도 우리 남북관계 선상 안에서 평범한 시민이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고정관념화되어 있잖아요. (이걸) 달리 한번 바라볼까라고 하는 평화를 이루는 맘 의식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죠."]
평범한 일상 속 사진을 통해 남과 북의 차이를 좁혀가는 전시회 참가자들...
이들이 카메라로 본 평화의 메시지가 북녘땅에까지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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