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컴퓨터로 한미훈련".. 노무현은 해병대 찾아 "열심히 실전 훈련하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미의 주요 대규모 기동훈련이 2018년 이후 4년째 실시되지 않고 있다. 키리졸브(KR),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3대 연합훈련이 2019년 폐지된 상태다. 한·미는 오는 3월 연합훈련도 코로나 등을 이유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치를 예정이다. 이에 “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훈련의 중요성’ ’막강한 군사력’을 강조한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3년차였던 2005년 7월 12일 경북 포항 해병 1사단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영부인 권양숙 여사와 해병 상륙 작전을 참관하고 신병교육대 병영 식당에서 병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빨간 명찰’ 해병대 전투복을 착용한 채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신병들을 향해 “여러분 선배 해병들이 영일만에서 상륙 훈련하는 모습을 참관하고 왔다. 정말 아주 감동적이었다”며 “우리 군대의 위용, 웅장하게 느껴지는 힘이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신병들에게 “여러분이 아주 씩씩하고 훌륭하지만 아직 해병 선배들과 여러분하곤 사람이 다르다. 눈에 군기가 제대로 안 들어가 있다”며 “여러분은 노란 명찰이다. 빨간 명찰을 달아야 된다는데, 열심히 하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는 군대가 할 일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나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서 여러분들에게 전쟁에 출정하라고 명령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해도 대한민국 국군이 없으면 그 일을 해낼 수가 없다. 역설”이라며 “대한민국 국군이 없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외교를 잘하고 정치를 잘해도 평화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이 있는, 힘 있는 군대를 가져야만 거기서 전략이 나오고 전술이 나오는 것”이라며 “아무리 국가적 전략으로 평화의 전략을 만들어놔도 군대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 전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가장 강한 군대가 있을 때 우린 평화를 누렸고, 군대가 약했을 때는 우리가 평화를 지킬 수 없었다”며 “틈나는 대로 우리나라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 한 번 돌이켜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은 막강한 군대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든, 다음 대통령이든, 또 누구든 평화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훈련을 뭐 하려고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훈련하고 고달플 때 ‘전쟁이 설마 일어나겠나?’ 그런 생각을 들 때가 있을 텐데 바로 그 점(때문에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그렇게 훈련을 열심히, 열심히 훈련하고 막강한 해병으로서 단련돼 나가고 있을 때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며 “전쟁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더욱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강한 군인이 되고 강한 군대를 만들어서 그렇게 우리 평화를 지켜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장병들은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쳤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군생활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1968년 3월 5일 39사단에 입소했다”며 “그 해 1월 21일에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깨부수러 온다고, 청와대 몇백 m 거리까지 접근했던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훈련 등 군대 생활을 하면서 ‘왜 이런 쓸데 없는 짓을 하나?’라는 생각에 군 생활이 힘들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에서 34개월 복무 후 상병으로 만기 전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어른이 되고 정치를 하면서 보니 그때 내 생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며 “그때 우리가 그렇게 복무하고 소위 ‘박박 기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실감 안 나는 사회를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 연설은 원고 없이 즉석에서 30분가량 이어졌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의 해당 연설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조금 전에 여러분의 선배들이 영일만에서 상륙훈련하는 모습을 참관하고 왔습니다. 정말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우리 군대가 가지고 있는 위용이라고 할까요. 웅장하게 느껴지는 힘 같은 것이 감동적이었고요. 상륙 훈련을 딱 마치고 여러분의 선배 장병들이 나랑 이렇게 만나서, 보고도 하고 인사도 하고 했는데, 확실히 정말 믿음직스러운 그런 군인들이었어요.
여러분들한텐 조금 미안한데 여러분 표정하곤 다른 사람들이더라니까요. 난 여러분들도 손님을 맞이하고 밥 먹고 건배하고 하면서 천장이 날아갈 듯이 그렇게 아주 씩씩한 모습으로 식사에 임해주시고 굉장히 씩씩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전 훈련장에서 봤던 여러분 해병 선배하고 여러분들하곤 사람이 달라요. 아직 여러분들은 눈에 군기가 제대로 안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여러분은 명찰이 노란 명찰이예요. 빨간 명찰을 달아야 된다는데, 열심히 하십시오! 그래서, 빨간 명찰 달고! (박수)
나는 군대가 할 일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서 여러분들에게 전쟁에 출정하라고 명령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대한민국 국군이 없으면 그 일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역설입니다.
대한민국 국군이 없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외교를 잘하고 정치를 잘해도 평화를 유지할 수가 없어요. 전략과 전술을 쓸 수가 없어요. 힘이 있는, 힘있는 군대를 가져야만이 거기서 전략이 나오고 전술이 나오는 것이지, 아무리 전략, 전술 열심히 꾸려놔도, 아무리 국가적 전략으로 평화의 전략을 만들어놔도 군대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이예요.
실행되지 않는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가장 강한 국력을 가지고 가장 강한 군대가 있을 때 그때 우리는 평화를 누렸고, 우리의 국력이 약하고 더욱이 특히 군대가 약했을 때, 군대가 약하거나 거의 없거나 했을 때, 그때는 평화를 우리가 지킬 수가 없었어요.
여러분, 틈나는 대로 우리나라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돌이켜보십시오. 가장 강한 군대는 전쟁을 한 일이 없고, 항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힘 약한 군대가 있을 때 열심히 우리가 전쟁을 했지만 다 대책이 되지 않아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막강한 군대가 돼야 합니다. 여러분이 막강한 군대가 됐을 때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든, 다음 대통령이든, 또 누구든 평화를 유지해나갈 수 있어요. 외교를 할 수 있어요. 외교의 마당에서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걸(훈련) 뭐 하려고 하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훈련하고 고달플 때 전쟁이 설마 일어나겠나, 전쟁이 안 일어날 것 같은데 왜 이 고생을 하나? 멀쩡한 남의 자식들 데려다가 왜 죽어라고 고생시키고 이 일을 왜 하냐? 참 생각해도 얼른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을 텐데, 바로 그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훈련 열심히, 열심히 훈련하고 막강한 해병으로서 단련돼 나가고 있을 때 평화가 유지될 수 있어요. 전쟁을 안 하는 전략이 비로소 먹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전쟁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더욱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강한 군인이 되고 강한 군대를 만들어서 그렇게 우리 평화를 지켜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병들 박수)
나는 68년 3월 5일에 39사단에 훈병으로 입소를 해가지고, 3월 7일에 군번을 받았습니다. 그 해 1월 21일에 김신조 일당이 서울 세검정까지 청와대를 깨부수러 온다고 해서 청와대에서 몇백 m 거리까지 접근했던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0개월 군 복무할 거라고 군에 갔다가 그만 34개월 반을 복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만, 막상 그런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전쟁이 없을 것만 같고, 군대 생활하는 동안 계속해서 왜 쓸데 없는 짓 하냐?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군대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이제 좀 더 어른이 되고 정치를 하면서 보니까 역시 그때 내 생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때 우리가 그렇게 복무하고 소위 박박 기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실감 안 나는 사회를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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